•  "와우, 판타스틱~. 한국 뮤지컬은 처음 봤는데 인터내셔널하네요. 짐작했던 것보다 현대적입니다. 저희 같은 미국 관객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죠."
    23일 오후(이하 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링컨센터 내 데이비드코크 극장.
       '메이드 인 코리아' 뮤지컬인 '영웅'이 세계 공연계 심장부인 뉴욕 무대에 올라 현지 관객을 압도하는 무대를 선보이며 한국 뮤지컬의 위상을 한껏 드높였다.

  •    공연 시간을 40분가량 앞둔 오후 6시 50분에는 이미 극장 앞으로 입장객이 몰려들어 만원 사태를 이뤘다.   암표라도 구하려는 듯 "남는 표를 팔겠느냐"고 질문을 던지는 남성도 눈에 띄었고 외국인 관객의 비율도 적지 않아 보였다.
    이날 공연장은 전체 2천550석 가운데 1~3층 2천석이 공개된 가운데 1천500여명의 관객이 들어찼고 초청 인사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포함한 유엔 관계자와 주미 각국 대사, 현지 취재진 등 760여명이 참석했다.

       객석에서는 2시간 30분 남짓한 공연 시간 내내 무대 위 안중근의 몸짓에 압도된 듯 탄성과 숨죽임, 눈물과 웃음, 박수와 환호가 쉴새 없이 쏟아졌다.

       막이 내린 뒤에는 3층 객석까지 전원 기립해 갈채를 보내면서 '영웅'은 다음 달 3일까지 14회에 걸쳐 이어지는 공연 일정에 성공적인 첫 걸음을 내디뎠다.

       이날 공연에서는 첫 장면인 '단지 동맹'에서 안중근을 비롯한 12명의 동지가 손가락을 잘라 독립운동의 의지를 불태우는 것을 시작으로 분위기가 서서히 고조되기 시작했다.

       특히 앙상블 배우들이 정교하게 호흡을 맞춰 독립투사들과 일본 추격패의 쫓고 쫓기는 액션 대결과 현대 무용이 가미된 역동적인 군무를 선보이자 객석에서는 휘파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1막 마지막 장면에서 대표곡인 '그날을 기약하며'가 울려퍼지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고 열기는 2막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곧이어 실물 크기의 기차가 무대를 휩쓸고 지나간 뒤 하얼빈 의거 장면이 숨가쁘게 이어졌고 분위기는 하이라이트인 일본 재판 장면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15가지 이유를 조목조목 외치며 "누가 죄인인가" 하고 되묻는 순간, 100년 전 안중근 의사의 동양 평화론이 뉴욕 무대에서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배우 정성화는 가슴을 두드리는 폭발적인 가창력과 섬세한 연기로 안중근 의사에 완벽 빙의된 듯한 무대를 선보였다.

       이날 2층 객석에서 공연을 관람한 맨해튼 주민 해리 스프링스(52)씨는 "한국 뮤지컬은 처음 봤는데 인터내셔널하고 현대적이어서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뮤지컬로 알고 있는데 자유를 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멋진 음악에 담아냈다고 본다"면서 "자유가 있어야 평화가 있다는 메시지가 잘 전달됐다"고 말했다.

       정성화는 공연을 마친 뒤 "처음에는 긴장도 많이 했는데 나중에는 공연에 푹 빠져서 연기하게 됐다"면서 "뮤지컬 종주국인 뉴욕에서 한국 뮤지컬을 선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으며 관객을 열광시켰다는 점에서 한국 뮤지컬의 희망을 보여준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