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고야의 '옷을 벗은 마하' '옷을 입은 마하' 모델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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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이 아닌 인간의 누드를 그렸다는 이유로 종교재판에 회부되기도 했던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가 자신의 화폭 속에 담아낸 누드 모델은 과연 누구였을까?

    MBC TV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는 21일 방송에서 누드화 '옷을 벗은 마야'의 실제 모델에 대한 미스터리를 공개했다.

    이 작품은 당시 가톨릭 사회였던 스페인에 크나큰 충격을 안겨줬던 그림으로, 엄격하게 금지돼 온 여성의 나체를 도발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려 많은 화제를 모았었다.

    결국 '이단죄'로 종교 재판을 받게 된 고야는 '그림의 주인공이 누구냐'는 질문에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이라고만 밝힌 뒤 끝내 실명 공개를 거부했다.

    이후 스페인 전역에는 문제의 그림에 대한 온갖 루머가 돌기 시작했는데, 그 중 '실제 주인공이 스페인의 명문 귀족 알바 가문의 공작 부인'이라는 루머는 오랫 동안 알바 가문을 괴롭혀 왔다.

    고야는 '옷을 벗은 마하'를 그린 뒤, 몇 년 후에 '옷을 입은 마하'를 그렸다. 두 작품은 똑같은 모델이 같은 포즈를 취하고 한 번은 옷을 벗고, 또 한 번은 옷을 입은 채로 그려진 작품이다.

    따라서 일각에선 고야가 자신과 알바 공작 부인이 심상치 않은 사이라는 소문이 나돌자 이를 감추기 위해 부인에게 옷을 입히고 또 다시 그림을 그렸다는 추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하 연작이 그려진 시기에 알바 공작은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야가 굳이 '옷을 입은 마하'를 그려 자신과 부인 사이를 감출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한 알바 공작 부인의 얼굴과 그림 속 여인의 얼굴이 서로 다르다는 주장도 '옷을 벗은 마야'가 알바 공작의 부인이라는 루머를 부정하는 주요 반론으로 제시됐었다.

    그러나 조상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알바 가문은 1945년 공작 부인의 유골을 발굴해 "그림 속 인물과 알바 공작부인이 서로 다른 인물"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했다.

    하지만 유해를 조사한 검시관들은 오히려 그림 속의 주인공과 알바 공작부인이 비슷한 인물로 보인다는 소견을 내놔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유해 조사 결과에 대해선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으나, 스페인 현지 언론의 보도를 살펴보면 알바 가문은 공작부인이 마하의 실제 모델이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KBS 1TV '명작스캔들'은 지난 4월 16일 방송에서 '옷을 벗은 마야'의 실제 주인공은 고야의 애인이 아니었다는 새로운 주장을 제기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날 방송에서 MC 조영남은 고야와 연인 사이로 알려진 알바 공작 부인이 작품 속 주인공이라는 설이 오랫동안 미술계를 지배해왔으나 '주인공이 과연 누구냐'는 점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시대저항의 도구로서 누드화를 그린 작가의 작품 세계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