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에 누구보다 관심 많았다. 그래서 억울하다민의를 묻는 투표 거부, 역사에 부끄러운 일
  •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눈물을 보였다.

    21일 서울시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 시장은 주민투표 투표율에 시장직을 걸 것을 선언했다.

    기자회견 중간에 사무친 듯 말을 잇지 못하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누구보다 ‘복지’라는 단어에 애착이 강했던 그다. 지난 1년간 오세훈=애들 밥 뺏는 사람으로 매도된 것에 대한 억울함의 표현이다.

  • ▲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주민투표와 시장직을 연계하겠다는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연합뉴스
    ▲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주민투표와 시장직을 연계하겠다는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연합뉴스

    “맞습니다. 복지, 늘려가는 게 마땅합니다. 그러나…”

    호소에 가까웠다. 이번 주민투표가 ‘복지냐 성장이냐’를 묻는 투표가 아니라고 했다.

    복지의 방법을 묻는 투표라고 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냐, 부자까지 포함한 복지냐는 복지포퓰리즘이 쏟아지는 이 시대에 매우 중요한 질문이라고 했다.

    “복지는 부자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돕는 복지, 꼭 필요한 데 꼭 필요한 만큼 드리는 맞춤형 복지로 나아가야 다음세대에게 부담과 빚을 떠넘기지 않는 ‘지속가능한 착한 복지’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220억 원이면 ‘희망플러스통장’으로 저소득층 3만 가구의 인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를 몸소 지켜보고 실감해왔다고 “믿어 달라”고 했다.

    매년 몇 천 억을 필요하지도 않는 넉넉한 분들에게까지 항구적으로 나눠주어 어려운 분들의 희망을 꺾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이라고 호소했다.

  • ▲ 기자회견을 마친 오세훈 시장이 무릎을 꿇고 주민투표에 참여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기자회견을 마친 오세훈 시장이 무릎을 꿇고 주민투표에 참여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투표 거부 운동을 벌이는 야당과 시민단체를 향해서도 간곡하게 부탁했다.

    “지난 선거에 이겼다고 해서 그것이 민의라고 강변하며 투표불참운동까지 벌이는 것은 역사에 부끄러운 일입니다.”

    25개 자치구 중 21개 구청의 구청장이 민주당이었다. 시의회의 3/4도 민주당이었다. 그러나 서울시장 만큼은 한나라당이었다.

    오 시장은 그것을 ‘민의’라고 표현했다. 서로 잘 협의해서 더 좋은 정책을 추진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민심을 묻는 ‘투표’마저 거부하고 있다. 투표를 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이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오 시장은 무릎을 꿇었다. 큰 절을 했다. 시민들을 향해서다.

    서로 다른 견해를 통합하지 못한 부덕한 리더십에 대한 용서를 구한다는 의미였다. 정치생명, 시장직, 그리고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 오 시장은 모든 것을 다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