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분신사건은 모든 교과서 자세히, 이병철·정주영 소개에는 인색 전경련, 교과부·국사편찬위에 건의문 보내..."공정하게 써 달라" "근로자 어려움도 알아야 하지만, 진취적 기업가 정신도 배워야"
  •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은 있어도 이벙철, 정주영은 찾아볼 수 없다?

    현행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중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나 고 정주영 현대그릅 회장을 소개한 것은 단 한권 뿐이다. 그나마 사진설명이 고작이다. 

    반면 6종의 한국사 교과서는 모두 전태일 분신시건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해 자세히 다루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전태일 분신사건이 갖는 사회적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병철과 정주영이라는 두 인물의 생애와 업적 역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한국사 교과서의 좌편향성과 균형감 상실이 끊임없이 비판을 받는 가운데 전국경제인엽합회(전경련)는 27일 교과부와 국사편찬위에 건의문을 보냈다.

    건의문의 내용은 간결하다. 기업과 기업인에 대해 '공정하게' 써 달라는 것이다. 현행 고교 한국사 교과서 중 현대사 서술에 대한 젼경련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교과서들이 한국의 경제발전과정을 설명하면서 대외의존도 심화, 농촌 피폐, 산업 불균형 등 부정적 측면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산업화와 경제발전의 순기능을 객관적 시각에서 서술하고 있는 교과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전경련은 건의문에서 "6·25 직후 최빈국 수준이었던 한국이 불과 60년 만에 세계 15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유례없는 성공'을 교과서에 실어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이 '위대한 성취'였다는 사실을 학생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대기업에 관한 현행 한국사 교과서의 서술이 정부 특혜, 부정부패 등 지나치게 부정적인 측면으로 치우쳐있다고 밝히고 대기업의 공과(功過)에 대한 공정한 서술을 당부했다.

    대기업이 문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해외 시장개척, 고용과 소득 창출 등 경제 발전과 국가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한 순기능을 전혀 거론치 않은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기업인과 관련된 역사 서술의 균형감도 강조했다.
    전경련은 "전태일 분신사건이 경제발전 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중요한 사건이라면 한국의 기업인들이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새로운 산업을 일으킨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전경련은 "학생들이 근로자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을 배우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창업과 기업경영에 대한 꿈을 가질 수 있도록 기업인이 경제발전에 기여한 서술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교과서의 '경제 발전 왜곡'에 대해서도 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경련은 일부 교가서가 "수출과 자유무역, 세계화를 설명하면서 혜택보다는 피해를 더 많이 가져온 것처럼 서술해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WTO(세계무역기구)가 농민을 죽인다'며 WTO 각료회의에 나가 시위를 벌이다 자살한 농민운동가의 사례를 소개한 교과서도 있다"면서 "이런 사례를 통해 어떤 교육효과를 내려는 것인지, 어떤 세계관과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려는 것인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건의문을 통해 밝힌 한국사 교과서의 문제점을 담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참고자료'를 발간, 다음달 1일부터 한국사 담당 교사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