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서 배수작업 하다 빠져나오지 못해"
  • ▲ 신세계 구학서(오른쪽) 회장이 지난 1992년 자신의 고려대 국제대학원 졸업식에 부인 양명숙 여사와 함께 참석한 모습.  ⓒ월간조선
    ▲ 신세계 구학서(오른쪽) 회장이 지난 1992년 자신의 고려대 국제대학원 졸업식에 부인 양명숙 여사와 함께 참석한 모습. ⓒ월간조선

    신세계 구학서 회장의 부인 양명숙(63)씨가 27일 오전 쏟아진 폭우로 물이 들어찬 주택 지하실에 내려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양 씨는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서초구 우면동 형촌마을의 단독주택의 뒤쪽 산에서 내려오는 작은 계곡물이 집중 호우로 급속히 불어나면서 자택 지하로 흘러 들어가자, 급히 지하로 들어가 물을 퍼내기 시작했다.

    12개월 난 손녀를 업은 며느리, 가사도우미 여성과 함께 20~30분간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 물을 바가지로 퍼냈으나 진전이 없자 양 씨는 며느리에게 펌프를, 가사도우미에게 호미를 가지고 오라고 말한 뒤 계속 현장에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도구를 가지러 위층으로 올라갔을 때인 9시30분께 산에서 쏟아진 토사가 지하실에 난 유리창을 깨고 지하로 유입되면서 양 씨를 덮쳤다.

    며느리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오전 11시께 양 씨의 시신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양 씨가 익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고가 발생한 것은 구 회장과 아들이 출근한 뒤였다.

    구학서 회장이 1972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신세계 회장직에 오르기까지 '샐러리맨 신화'를 일군 데에는 양 씨의 든든한 내조를 빼놓을 수 없다고 신세계 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구 회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부인의 어떤 점이 제일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에 "돈을 쓸 줄 모르는 점이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 씨는 대외 활동에는 나서지 않았지만 각종 봉사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그는 대학에서 사회사업을 전공해 태화관이나 밀알학교 같은 자선단체에서 장애인을 위한 봉사 활동을 했다. 최근까지도 정기적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 활동에 나섰다.

    구 회장 부부는 재계에선 소문난 잉꼬부부였다. 음악회나 기업 모임에서 양 씨는 항상 구 회장 곁을 지켰다. 

    구 회장은 고 양 씨와 장녀 윤회, 장남 문회, 차남 열회 등 2남 1녀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