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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구학서 회장의 부인 양명숙(63)씨가 27일 오전 쏟아진 폭우로 물이 들어찬 주택 지하실에 내려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양 씨는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서초구 우면동 형촌마을의 단독주택의 뒤쪽 산에서 내려오는 작은 계곡물이 집중 호우로 급속히 불어나면서 자택 지하로 흘러 들어가자, 급히 지하로 들어가 물을 퍼내기 시작했다.
12개월 난 손녀를 업은 며느리, 가사도우미 여성과 함께 20~30분간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 물을 바가지로 퍼냈으나 진전이 없자 양 씨는 며느리에게 펌프를, 가사도우미에게 호미를 가지고 오라고 말한 뒤 계속 현장에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도구를 가지러 위층으로 올라갔을 때인 9시30분께 산에서 쏟아진 토사가 지하실에 난 유리창을 깨고 지하로 유입되면서 양 씨를 덮쳤다.
며느리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오전 11시께 양 씨의 시신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양 씨가 익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고가 발생한 것은 구 회장과 아들이 출근한 뒤였다.
구학서 회장이 1972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신세계 회장직에 오르기까지 '샐러리맨 신화'를 일군 데에는 양 씨의 든든한 내조를 빼놓을 수 없다고 신세계 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구 회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부인의 어떤 점이 제일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에 "돈을 쓸 줄 모르는 점이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 씨는 대외 활동에는 나서지 않았지만 각종 봉사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그는 대학에서 사회사업을 전공해 태화관이나 밀알학교 같은 자선단체에서 장애인을 위한 봉사 활동을 했다. 최근까지도 정기적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 활동에 나섰다.
구 회장 부부는 재계에선 소문난 잉꼬부부였다. 음악회나 기업 모임에서 양 씨는 항상 구 회장 곁을 지켰다.
구 회장은 고 양 씨와 장녀 윤회, 장남 문회, 차남 열회 등 2남 1녀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