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원자바오 만나고 나서 발끈…北, 북중관계 우려北 “하루 세 번도 부족” 대남공세 강화‘강성대국’ 맞아야 하는 북한…대북지원 ‘절실’
  • 북한이 지난 6월 ‘남한이 정상회담을 구걸했다’며 남북 비밀접촉을 폭로한 이유는 중국과의 관계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북한의 행동은 국제 외교관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인 조치였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26일 <뉴데일리>와 만나 “북한이 폭로하기 전까지 남북 간 물밑 대화가 상당 부분 진전됐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고 남측이 해석하고 주장할 여지가 있는 표현을 고려해보겠다는 말이 나온 것도 맞다”고 했다.

    ◆ MB, 물밑접촉 사실 원자바오에 ‘귀띔’

  • ▲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5월 22일 도쿄 뉴오타니 호텔에서 열린 한중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5월 22일 도쿄 뉴오타니 호텔에서 열린 한중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외교에 정통한 이 관계자는 남북 간 대화의 물꼬가 상당부분 진전된 상황에서 북한이 판을 깬 결정적 계기는 ‘김정일의 방중(訪中)’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이 물밑 접촉을 폭로하기 1주일여 전인 5월 22일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 도쿄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북한이 남북관계 회복과 대화 재개를 위해 해야 할 조치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에게 현재 북한과 물밑접촉 사실을 귀띔하며 북한과 우리 측의 협상이 잘 진행되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북한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한 시기와 맞물렸다. 김정일은 같은달 20~27일 7박8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원자바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관계자는 “원 총리가 김정일을 만나 이 대통령과의 대화내용을 거론하며 남한과 비공개 협상에 대해 아는 체 한 것이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외교를 비즈니스 하듯 접근한 것이 북한의 심기를 건드린 셈이 된 것이다.

    ◆ “하루 세 번도 부족”…北, 대남공세 강화

    ‘통 큰’ 투자를 요청하고자 방중 길에 올랐던 김정일은 그 어느 때보다 친(親)중국 기조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런데 남한과 물밑 접촉중인 사실이 북한도 아닌 남측을 통해 알려졌다. 자칫 북한이 중국과의 경협보다 남측과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는 시점이었다.

    북한은 표면적으로 ‘이명박 정부와 더 이상 대화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방중성과와 북중(北中)친선을 부쩍 강조하는 노선을 택했다.

    북한은 김정일의 방중이 끝나자마자 대남 공세를 강화했다. “남측과 상종하지 않을 것”(5월 30일) 선언을 시작으로 남북 비밀접촉 폭로(6월 1일), 전면적 군사보복 위협(6월 3일), 비밀접촉 2차 폭로(6월 9일)를 통해 수위를 높여왔다.

    북한은 이 시기에 이 대통령을 하루에 세 번 이상 비난했다. ‘이명박 역적패당’ 등 과격한 표현은 지난 4월 단 5회에 그쳤지만 5월 64회, 6월에는 166회에 달했다.

    반면 평양방송은 ‘동지적 우의와 신뢰에 기초한 조중친선은 불패이다’ 등 기사와 논평을 연일 쏟아내며 북중친선을 역설했다.

    ◆ ‘강성대국’ 맞아야 하는 북한…대북지원 ‘절실’

    북한의 ‘단절 선전’은 두 달을 넘기지 못했다. 지난 22일 남북비핵화 회담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가졌다. 6자회담이 열리지 않는 기간에 남북 양자가 만나 비핵화 문제에 논의한 것은 전례없던 일이다.

  • ▲ 남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22일 오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남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22일 오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도 이에 화답하듯 25일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을 승인했다.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을 승인한 것은 연평도 포격 직전인 지난해 11월20일 이후 처음이다.

    정치권은 남북관계가 ‘해빙기’에 접어들면서 곧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8월 중 변화가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김일성 출생 100주년을 맞는 내년 강성대국이 열린다고 선전해왔지만, 정작 주민들에게 보일 성과가 전무한 상황인 만큼 ‘대북지원’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외교에 능통한 한 의원은 “북이 강성대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여러 가지 전향적 방향을 내놓을 순 있지만 큰 기조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항상 대화채널을 열어두고 있지만 협상에 최소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