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청석 아내가 재빨리 제지
  •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의 꼴이 말이 아니다. ‘해킹 스캔들’ 이후 재산 절반을 날렸고, 자신의 사망설이 유럽 전역을 나돌기도 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오물을 뒤집어 쓰는 굴욕을 당하기도.

    <BBC>는 19일(현지시간) “루퍼트 머독은 휴대전화 해킹 사태를 조사받기 위해 영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했던 뉴스코퍼레이션 루퍼트 머독 회장이 오물 공격까지 받은 수모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한 남성이 면도 거품으로 만든 하얀 쟁반을 들고 머독에게 달려든 것이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뉴스오브더월드를 소유한 뉴스코퍼레이션(이하 뉴스코프)의 머독 회장은 이날 오후 2시30분(현지 시간) 아들 제임스 머독과 함께 하원에서 열린 청문회에 나와 증언했다.

    청문회가 2시간쯤 진행된 오후 4시30분께 스스로를 활동가이자 코미디언이라고 밝힌 조니 마블스라는 남성이 방청석에서 갑자기 면도 거품으로 만든 하얀 쟁반을 들고 증언대로 돌진, 오물을 머독에게 뿌렸다고 <BBC>는 전했다.

    이 남성은 갑자기 흰 면도 거품을 가득 담은 일회용 종이 접시를 들고 방청석에서 뛰어나와 증언대로 달려들었다. 이 남성은 '면도거품 파이'를 머독의 얼굴에 내던지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머독의 아내 웬디 덩(42)이 더 빨랐다. 아들 제임스조차 어찌할 바를 모르며 의자에서 얼어붙어 있던 순간, 머독의 뒤편에 앉아있던 덩은 눈 깜짝할 사이에 달려나와 이 남성의 뺨을 때리며 저지했다.

    이 사건으로 방청객들이 모두 자리를 피하는 등 큰 소동이 벌어졌지만 머독은 어깨에 면도 거품이 묻었을 뿐 다치지는 않았다.

    경찰은 현장에서 이 남성을 체포해 동기 등을 조사 중이다.

    BBC 방송은 "머독이 면도 거품이 담긴 접시를 맞은 것 같았지만 냉정을 유지했다"면서 "아들 제임스는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경찰이 뭐했는지 모르겠다면서 격분했다"고 전했다.

    예상치 못했던 해프닝에 청문회장에서는 물론 인터넷상에서도 덩의 재빠른 대처가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청문회에 참석한 탐 �슨 하원의원은 머독에게 "부인께서 '레프트 훅'이 굉장하시네요"라고 말했고,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청문회에서 가장 크게 조명을 받은 사람이 머독이 아니라 그의 아내 덩이라고 보도했다.

    사태가 발생한지 15분 뒤 머독은 오물이 묻은 양복 상의를 벗고 자리로 돌아왔고 장내가 정리된 뒤 청문회는 30분 동안 더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머독은 하루 전날인 18일(현지시각)에도 해커집단 ‘룰즈섹’로부터 자신 소유의 ‘더 선(The Sun)’ 웹사이트가 공격을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폭스뉴스>는 이날 “영국 일간 ‘더선(The Sun)’이 롤즈섹에 공격 당해 더선의 홈페이지에 ‘루퍼트 머독이 자택 정원에서 숨졌다’는 내용의 가짜 부고 기사가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룰즈섹이 머독을 조롱하는 내용의 가짜 기사를 온라인 독자들에게 자동 연결되게 만든 것이다.

    이 가짜 기사에는 “미디어 거물 루퍼트 머독이 자신의 정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80세의 머독은 그의 유명한 정원에 비틀거리며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집에서 다량의 흥분제도 발견됐기 때문” 등과 같은 내용이 담겨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다 머독은 현재 ‘해킹 스캔들’로 재산 절반을 잃을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해킹 스캔들이 불거진 이후 루퍼드 머독의 언론 왕국 사령탑인 ‘뉴스 코프’ 주식 중 머독과 그 가족 보유분 가치가 약 10억달러 떨어져 18일(현지시각) 현재 49억6,000만 달러로 주저앉았다”고 전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머독 왕국 산하 모든 언론 계열사 자산을 합산하면 뉴스 코프의 실질적인 시가 총액이 적게는 620억달러에서 많게는 790억달러로 추산되나 스캔들 타격으로 현재 41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액이 대폭 떨어졌다. 결국 스캔들로 실추된 부정적 이미지 탓에 재산의 50%가량을 잃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