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輕(경)한 너무나 輕(경)한 홍준표式(식)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용어 선택이 어째 좀 불안하다. “대기업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하고 물으니까 ‘착취요!’ 하고 대답했다고 한다. 홍준표 씨는 50~60대 보수정당 대표인가, 이제 막 운동권 서적이라도 읽은 20대 초 학부 학생인가? 취지는 이러 이러한 ‘좋은 것’이었다고 변명한 모양인데, 그래도 어른이면 용어 선택을 그렇게 해선 안 된다. 
     대기업이 하청업자를 골탕 먹여선 완 된다고 말하는 것하고, 대기업은 ‘착취자’라고 말하는 것하고는 사뭇 다르다. 용어를 어떻게 쓰느냐 하는 것은 인텔리의 자질요건 중 첫째가는 항목이다. 노멘클라처(nomenclature, 명명법)를 제대로 하느냐 못 하느냐는 그가 제대로 배운 사람이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가르는 분수령이다.

      민노당 대표 아닌 민주당 대표라도 대놓고 '대기업=착취‘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홍 대표가 민주당보다 더 좌경이란 소리가 아니라 그 만큼 그가 경(輕)하고 망(妄)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말을 구상유취(口尙乳臭)로 하는 게 경(輕)이고 망(妄) 아니고 뭔가?

      “우파 포퓰리즘이라도 해야겠다”는 말도 앞뒤 가리지 않는 초짜 의원 말 아닌 당 대표급 말로는 부적절하다. 지금 무슨 재치 자랑 시간인가? 복지는 추구하되 포퓰리즘식(式)은 안 된다고 해서 보수정당이 있다. 홍 대표도 그걸 모를 리가 없다. 다만 누가 홍 대표에게 이런 저런 시비를 걸어오니까 성깔대로 어깃장을 놓은 ‘위악(僞惡)’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석(私席) 아닌 공석(公席)의 당 대표 발언은 “그래, 나 포퓰리즘 할란다, 어쩔래?“ 하는 식으로 내뻗어선 곤란하다. 이것 역시 결국은 경(輕)과 망(妄)이었다고 하면 지나칠까?

      손학규 대표를 만나 얼싸안고 “형님, 제가 당 대표가 되었다니 이상하지 않습니까?” 한 것도 보기가 좀 그렇다. 신참이 따거(兄)나 스부(師父)라도 만난 자리였나, 젊은 종로 주먹이 늙은 명동 주먹이라도 만난 자리였나?

      도대체가 의전(儀典)과 격식이 사라진 개판 콩가루 집안이 우리 사회다. 결혼식장에선 예식도 안 본 채 먹기 바쁘고, 문상(問喪) 가서도 엄숙함은 고사하고 곧잘 폭탄주를 돌리는 게 우리 사회다. 이런 막가는 식을 무슨 “친하다” “트고 지낸다”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게 아니지! 심지어는 집권당 대표와 예비 집권당 대표까지 공석에서 “헹님요” 하는 판이니 할 말이 없다.

      홍준표 대표, 히프에 묵직한 쇠 방울이라도 하나 달고 다니시오. 거 너무 종작없이 튀지 않소?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