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제외한 최고위원 4명 ‘김정권 극구 거부’

한나라당 새 지도부가 사무총장을 비롯한 주요 당직 인선을 놓고 막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홍준표 대표가 당의 살림을 책임지게 될 사무총장으로 김정권 의원을 기용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다른 4명의 최고위원들이 모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지도부간 감정싸움으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11일 홍 대표와 최고위원들간 당직인선 갈등과 관련해 “사무총장 인선만큼은 캠프를 떠나 탕평 인사 해달라는 그 원칙만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무총장은 공천 실무를 장악하는 공천 시스템의 핵심인데 사무총장 자리만큼은 측근을 두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캠프 출신의 측근 인사를 기용한다면 공천이 공정히 이뤄질까 저 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불안하게 생각하고 불신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총선 때 친박계 의원들에 대한 ‘공천학살’ 같은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아가 “새로운 계파가 만들어지고 ‘줄세우기’가 있을 것은 보나마나 뻔하며, 이를 공정하게 해달라는 제 요구가 무리하다고 생각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가 ‘김정권 사무총장 카드’를 강행할 상황에 대해서는 “당직 인사는 당헌에 당 대표가 추천하고 최고위에서 의결토록 돼 있고 역대 표결에 부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고위 의결 과정에서 다른 분들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전날 서울 여의도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선 당직 인선을 논의하던 중 고성까지 터져나오기까지 했다.

홍 대표는 “당 대표가 사무총장도 마음대로 임명하지 못하면 그건 대표가 아니라 허수아비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승민 최고위원 역시 높은 톤으로 “다른 자리도 아니고 공천을 다루는 자리를 어떻게 대표 혼자서 결정하겠다는 거냐”라고 맞받았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지난 지도부에서 캠프 인사에게 당직을 주면 안 된다고 했던 사람이 누구냐”라며 홍 대표의 과거 발언을 지적했다.

험악한 분위기는 10분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멱살이라도 잡을 분위기였다’는 말까지 나왔다.

홍 대표는 이번 당 대표 경선에서 자신을 적극 도왔던 김정권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해야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유-원 최고위원은 “캠프 인사는 절대 반대한다”며 끝까지 맞섰다.

홍 대표가 최고위원들에게 “김 의원을 받아주면 다른 당직은 양보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지만 유-원 두 최고위원은 “그래도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