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권카드 강행...원·유 “두고보자”

한나라당 새 지도부가 내전에 돌입했다.

12일 홍준표 대표가 그동안 논란을 빚어왔던 사무총장직에 끝내 자신의 측근인 김정권(경남 김해갑) 의원을 앉혔기 때문이다.

최고위원들의 반발도 소용없었다. 홍준표 대표의 머릿속은 오로지 ‘김정권’으로 가득차 있었다.

특히 원희룡·유승민 최고위원은 이번 인선에 대해 “정치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 후폭풍을 예고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날 낮 여의도 당사에서 당직 인선을 마무리 짓기 위해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홍 대표는 이 자리서 국민경선을 통한 공천 등 투명한 공천을 위한 몇 가지 조치를 약속했지만, 여전히 최고위원들의 반대는 거셌다.

만장일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자 홍 대표는 표결을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의결에 앞서 원희룡·유승민 두 최고위원은 “당직 인선은 표결이 아닌 합의로 한다는 원칙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 당직인선도 당당하게 하라”면서 거칠게 항의했다.

홍 대표는 “나는 원칙이 없고 당신들만 원칙이 있느냐”고 고성을 질렀다.

결국 두 최고위원은 의결 직전 상기된 얼굴로 대표실을 뛰쳐나왔다.

직후 유 최고위원은 당사 기자실에 내려가 “굳이 마음이 편한 분을 기용하려면 사무 1부총장에 임명하고 대신 사무총장은 계파색 옅은 3선 의원을 임명하는 것이 공정 공천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표결로 임명된 사무총장과 부총장을 정치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원 최고위원도 “전례없는 의사결정을 하고 이를 강행한 데 대해 전례없는 사태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홍준표식 사당(私黨)화의 첫 단추가 끼워졌다. 홍 대표는 한나라당의 집단지도체제의 정신에 반하는 일을 했다”고 비난했다.

이날 의결에는 인선안에 반대하는 두 최고위원을 제외하고 황우여 원내대표, 나경원 남경필 최고위원, 이주영 정책위의장 등 5명이 참석해 조건부로 홍 대표의 인선안을 가결했다.

이들은 김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다음을 제안했다.

▲국민경선제 도입
▲현역의원 평가를 위한 공정한 기준 마련
▲예측 가능한 공천 일정 마련
▲관련 당헌·당규 개정 등에 합의

의결은 제1·2 사무부총장과 여의도연구소장 등 3개 자리를 제외한 23개 당직에 대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