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하드라마 ‘공천’
드디어 시즌이 찾아왔다. 4년 마다 찾아오는 ‘돈가방’ 시즌이다.
“누구는 얼마를 들고 왔더라” “도대체 얼마면 내 자리를 만들어 주겠나” 등 ‘공천괴담’이 돌고 도는 시즌이 다가온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은 온통 ‘공천’에만 몰두해 있다. 연일 지도부 회의석상에서 ‘공천’ 두 글자가 오르락내리락한다.
물론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위기론’이 나돌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공천’에 목을 매는 작금의 당 지도부는 너무나 제 살길만 바라보고 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친이(親李)-친박(親朴)-소장 당내 세 계파가 공천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인다. 각 계파를 대표하는 최고위원들이 테이블에 앉아 하나라도 많은 공천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눈치 싸움을 펼친다.
그리고 20일 ‘공천’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지도부가 벌이는 신경전을 내용으로 하는 드라마가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연출-극본-연기’ 모두 한나라당 지도부가 맡았다.
박근혜 전 대표가 전날 대구 방문 과정에서 ‘투명 공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이날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중 3분의 1은 국민 추천을 거쳐 TV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처럼 서바이벌 투표 방식으로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8월까지 마무리 짓기로 한 ‘현역의원 평가를 위한 공정한 기준 마련’과 관련한 구상도 내비쳤다. 외부 인사나 내년 총선에 나가지 않을 당내 다선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평가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 최고위원의 발언에 다른 최고위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은 “공천과 관련한 지도부 차원의 공식 논의가 전혀 없는데 왜 자신의 생각을 마음대로 이야기하나”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그 일은 공천개혁 태스크 포스(TF)를 만들어서 논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쇄신파인 남경필 최고위원도 “그런 비례대표 선발 방식은 지도부에서 전혀 공유되지 않았다. 순전히 개인적 아이디어 같다”고 꼬집었다.
공천 방식을 나 최고위원 한 사람이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유 최고위원의 의견에 공감하는 뉘앙스다.
그러자 자연스레 드라마 배경은 '공천개혁 TF'로 옮겨졌다. 조만간 구성되는 ‘공천개혁 TF’를 둘러싼 계파간 신경전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TF는 국민경선제 도입과 현역 의원 평가를 위한 공정한 기준 마련 등의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유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새로 구성된 만큼, 지난 지도부에서 공천개혁특위위원장이었던 나 최고위원이 계속 이 일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친박계는 최고위원회의가 지난 12일 합의한 ‘국민경선제 도입-현역 의원 평가를 위한 공정한 기준 마련’ 작업도 이혜훈 제1사무부총장이 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8대 총선 당시 ‘공천 학살’을 경험한 의원들이 특히 민감하다.
박 전 대표가 전날 투명한 공천을 강조한 것은 18대 총선의 재판(再版)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공천 논의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각 계파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치열한 신경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