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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시간이 됐지만 다들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홍준표 대표가 얼굴이 벌개져서 입장한다.
다른 최고위원들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어있다. 최고위원회의 직전 열린 사전회의에서 뭔가 논쟁을 한 모양이다. 남경필·원희룡 최고위원은 아예 불참했다. 회의장에서 냉랭한 기류가 흐른다.
홍 대표가 북한의 해안포 포격을 주제로 말문을 연다. 북한의 이중적인 태도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면서 정부가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어 8월 국회에서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국방개혁문제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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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우여 원내대표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언급한다. 찬반운동이 이제 본격화되고 있으니 당도 법이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소개한다.
유승민 최고위원의 차례다. 시작은 국방개혁과 금융위기 대책이다. 앞서 발언한 홍 대표와 황 원내대표와 맥락을 함께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 최고위원이 조심히 입을 연다. ‘공천’에 대해서다.
지난 8일 홍 대표가 “더 이상 공천 이야기가 당에서 나오는 일이 없도록 모든 당직자들은 입조심을 해주시기 바란다”면서 공천 함구령을 내린 터였다.
모두가 반응하면서 시선이 유 최고위원에게 쏠린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공천은 얘기를 하면 블랙홀이 되는 판도라의 상자로 8월 말까지 공천에 대해서 어떤 합의를 하기로 했는데 우리가 8월 말까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굉장히 걱정스럽다.”
“홍 대표를 중심으로 일정과 원칙·기준을 종합하는 기구를 어떻게 만들지 이 부분을 미리 정해두는 게 혼란을 오히려 막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나경원 최고위원의 공천특위는 사실상 종료됐기 때문에 대표께서 혼란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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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최고위원의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그러자 차례를 기다렸다는 듯 나 최고위원이 홍 대표에게 쓴소리를 던진다.
그는 먼저 유 최고위원이 발언한 ‘공천에 관한 논의가 있으면 있을수록 블랙홀’이라는 부분에 대해 동의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공천을 어떤 기준으로 하는가는 결국 게임의 룰이며 이러한 룰을 늦게 정하겠다는 것은 자의적인 공천을 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홍 대표를 정조준했다.
수그러들었던 사무총장 인선 논란을 다시 꺼내든다.
나 최고위원은 “사무총장 인선 당시 일부 최고위원들의 반발에도 동의를 한 것은 국민경선 원칙을 바탕으로 한 당헌당규개정안을 8월 말까지 통과시켜 주는 것을 조건으로 했기 때문”이라고 따진다.
그러면서 “위에 줄을 서야 하는 공천인지 아닌지를 정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느냐. 8월 말까지 절차를 완료해 달라. 공천개혁특위의 지속 여부도 대표가 정리해 달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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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공개회의 석상에서 홍 대표는 공천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두운 표정을 짓고는 때때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길 뿐이었다.
이어진 비공개회의에선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알 수 없다.
다만 김기현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내년 총선 공천 원칙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공천개혁특위 위원장인 나경원 최고위원이 제출한 안을 중심으로 조속한 시일 내 공천 원칙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경선제 채택을 골자로 공천개혁특위안을 논의한데 이어 관련 당헌당규 개정을 위한 전국위원회가 소집될 예정이다.
하지만 국민경선제 채택 여부, 전략공천 비율, 현역의원 평가방안 등을 놓고 격론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