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쇄신파 주도 한나라당과 순항할까

청와대는 홍준표 신임 한나라당 대표 및 새 지도부와 집권 후반기를 순항으로 이끌 수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홍준표 대표 출범에 덕담을 던졌다. 홍 대표가 “경륜과 식견을 갖추고 있어서 당을 잘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새로 선출된 최고위원들에게도 축하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당과의 가교역할이 임무인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도 전당 대회 직후 바로 축하의 말을 건넸다. "홍 대표의 역동적인 리더십은 한나라당을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덕담 일색이다. 새 지도부 출범이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청와대 밑바닥 정서는 꼭 그렇지도 않다. 아직 설익은 과일을 씹어먹어 입안이 텁텁한 것과 닮은 꼴이라고 할까.

7.4 전당대회 유세가 치러지는 동안 청와대에는 내색하지 않은 소망이 하나 있는 듯 보였다. 유력 당대표 후보 중 홍준표 후보만 비켜 갔으면 좋겠다는 희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가급적이면 원희룡 후보나 나경원 후보가 됐으면 싶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정작 홍 후보가 대표를 꿰찼다. 청와대도 예측을 했을 것이다. 홍 대표가 줄곧 여론조사서 앞서나갔으니 못했을 리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홍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전대 출사표를 던지기 전부터 홍 대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곁으로 한 발짝 다가서는 모습을 보였다. 거기다 홍 대표가 안정적으로 당 대표로 선출된 데는 1인2표 중 친박(親朴)표의 쏠림이 있었다.

홍 대표는 무상급식과 ‘부자감세’ 정책에서는 청와대와 별 이견이 없어 보인다. 전면적 무상급식을 반대하고 감세철회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아 왔다.

홍 대표는 대신 당 서민특위 위원장으로서 과거 안상수 대표를 축으로 하는 주류세력과는 회의장을 박차고 나올 정도로 각을 세웠었다. 그는 당선 인터뷰에서 서민특위 위원장을 겸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새 지도부 구성도 청와대로서 난감해 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우선 당 지도부가 7.4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보수’ 우위에서 ‘좌클릭’으로 한 걸음 돌아섰다.

2위로 최고위원에 선출되는 기염을 토한 유승민 의원은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쇄신파 남경필 의원, 황우여 원내대표의 정치색을 들여다 보면 청와대가 당의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벌써 황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 의장을 포함한 7인의 현 최고위원 구도가 ‘4(쇄신파) 대 2(중도) 1(친이, 원희룡 의원)’로 청와대와의 관계 설정이 껄끄럽게 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중도 2인은 홍준표-나경원 의원을 이른다.

앞으로 이 같은 구도 속에서 ‘재벌개혁’, ‘반값 등록금’, ‘부자감세 철회’ 등에 대한 최고위 결정을 들이 밀면 청와대로서도 난감할 수밖에 없다. 황 원내대표 체제에서도 이런 정책들을 두고 당-청 관계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던 터였다.

복지와 서민대책에서는 확실히 한나라당과 정부-청와대와의 관계가 껄끄러울 여지가 다분하다. 두 분야는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을 겨냥,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책이다.

이 대통령도 이런 점을 우려했을까. 이 대통령은 덕담에 이어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책임 있는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아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일단 당-청 관계를 원만히 풀어가기 위해서는 홍 대표의 리더십,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의 시대적 소명의식과 함께 청와대 참모진의 부단한 소통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김효재 정무수석은 5일 이에 대해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로 특히 홍 대표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김 수석은 “홍 대표가 원내대표 시절 정책위 의장 러닝메이트가 임태희 현 청와대 대통령실장이었다”고 밝혔다. 또 박희태 국회의장이 당시 원외로서 당 대표였을 때 김 수석 본인이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다고 소개했다. 서로간에 호흡이 잘 맞았다는 것이다.

그는 “홍 대표와 청와대는 아무런 문제없이 잘 맞을 것”이라고 거듭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