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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처를 살해했다는 '상당한 증거'에도 결국 무죄 판결이 나 미국 재판제도에 대한 거센 비판론을 일으켰던 'OJ심슨' 사건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프라 윈프리가 소유한 케이블TV의 프로듀서에게 심슨이 살인을 고백했다는 보도가 미국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연예전문 내셔널 인콰이어러는 심슨이 조만간 케이블TV 채널 OWN에 출연, "전처 니콜 브라운 심슨을 살해한 건 자신이었지만 이는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할 예정이라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내셔널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심슨은 자신을 면회 온 OWN의 프로듀서에게 이 같은 사실을 털어 놓았다. 심슨은 지난 2008년 라스베이거스에서 무장 강도를 범한 혐의로 현재 미국 네바다 주의 '러브록 교정센터에 복역 중이다.

    잡지가 전한 바에 따르면 심슨은 사건 당일인 1994년 6월 12일 한 레스토랑에서 전처 니콜과 말다툼을 벌였다. 당시 둘은 결별한 상황이었지만 니콜이 자녀 앞에서 상습적으로 마약을 복용하고 자녀와 함께 사는 집에 남자를 끌어들이는 행동에 화가 난 것이었다.
    집에 돌아온 후에도 분을 삭이지 못한 심슨은 니콜의 집으로 향했고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이 없자 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질렀다. 한동안 대답이 없던 니콜은 손에 식칼을 쥐고 나타났고, 칼로 위협하며 심슨에게 "꺼져라"고 폭언했다.

    심슨은 "너무 화가 나 칼을 빼앗아 찌르고 또 찔렀다"며 "정신 차리고 나니 후회가 밀려왔다"고 OWN 프로듀서에 토로했다. 그리고 마침 집에 들어선 니콜의 남자친구 론 골드먼에게도 똑같이 '정당방위'로 맞섰다.

    하지만 심슨이 이 같이 범행을 자백하더라도 다시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이미 판결 내린 사건은 다시 심리를 하지 않는다는 일사부재리 원칙 때문이다.

    살인사건 당시에는 심슨이 100% 유죄 판결을 받을 것으로 보였지만, 심슨이 거액을 들여 고용한 변호인단은 '인종차별전략'을 구사해 승소를 받아 냈다. '수사경찰이 백인우월주의자'라며 갈등을 조장한 것이다. 당시 흑인 9명, 백인 2명, 히스패닉계 1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지루한 법정 공방 끝에 심슨에게 무죄 평결을 내렸다.

    한편, 25년 동안 2만8,000명의 초대 손님이 출연한 토크쇼를 지난달 마감한 윈프리에게 가장 큰 아쉬움의 대상은 심슨이었다. 윈프리는 지난 16일 한 토크쇼에서 "심슨에게 전처를 살해했다는 고백을 듣지 못한 건 정말 미련이 남는다"고 말했는데 윈프리는 간접적으로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 있게 됐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O. J. 심슨(Orenthal James "O. J." Simpson, 1947년 7월 9일~)은 대학 및 프로 미식 축구에서 러닝백으로 뛴 유명선수로, 1973년 시즌에는 NFL 사상 최초로 2,000야드 이상 러닝기록을 세워 1985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1994년 6월 전처인 백인 여배우 니콜 브라운 심슨과 애인 론 골드먼이 로스앤젤레스의 고급주택지 브렌트우드 저택에서 피투성이 시체로 발견되고, 이어 경찰의 수사를 통해 미국프로풋볼선수 출신의 흑인 배우 OJ 심슨(OJ Simpson)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그러나 '드림 팀'이라고 불린 유력 변호사들을 대거 고용한 심슨은 인종차별을 끌어들여 372일 동안의 형사재판에서 무죄로 풀려났으나, 니콜의 유가족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는 패해 배상금 850만달러와 함께 징벌적 배상금으로 2500만달러를 유가족에게 지급하라는 명령을 받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