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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2008년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해 일본 내 민간공항과 항구 등의 실태 조사를 일본 측에 거듭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아사히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폭로 전문사이트인 위크리크스에서 입수한 2008년 당시 주일 미국 대사관의 국무부 보고 전문을 인용했다.
2008년 7월31일자 전문에 따르면 미국 측은 당시 일본 내 공항.항구 23곳의 실태 조사를 요구했다. 미국 측이 무엇을 조사하길 원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공개 자료로는 알 수 없는 급유설비나 인력 운용 등 정보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밝혔다.
외교 전문에 따르면 토머스 만켄 미 국방부 부차관보(정책기획 담당)는 2008년 7월17일 일본에서 외무, 방위성 간부들을 만나 조사 일정표(로드맵)를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등 남은 조사를 서둘러 끝내라고 요청했다.
또 2008년 11월의 외교전문에 따르면 데이비드 세드니 미 국방부 부차관보 등은 '2009년 9월까지 모든 조사결과를 반영하라'고 일본 측에 거듭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측은 2008년 7월17일 만켄 부차관보 등을 만난 자리에서 "(원폭 투하 지역인) 나가사키(長崎) 등 역사적인 경위가 있는 장소나 (당시의) 야당 세력이 강한 지역은 조사하기가 어렵다"고 난색을 보였다. 공항이나 항구의 실태를 조사하려면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지자체에 조사 목적을 밝힐 수 없다는 점도 제약 중 한가지"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2008년 7월까지 실태조사를 끝낸 곳은 공항과 항구 각각 2곳씩이었고, 같은해 8∼10월에 1곳을 더 조사하는 데 그쳤다. 미일 양국은 같은 해에 2곳을 더 조사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후에 어떻게 됐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아사히 신문은 미일 양국간에 유사시 후방지원에 관해 온도 차가 있다는 점이 외교 전문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라고 풀이했다.
미일 양국은 1997년 미일 방위협력지침(신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한반도 유사시 등 이른바 '주변사태'가 일어났을 경우 일본의 민간공항이나 항구를 사용해 미군을 후방지원한다고 규정했다.
양국은 2006년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자 2008년 한반도 유사시나 북한의 무력 침공에 대비해 미군의 일본 방위 작전에 관한 '개념계획 5055'을 2009년 9월까지 개정하는 작업을 벌였고, 미국의 공항·항구 조사요구도 이 작업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