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악화로 10시간 버스 이동중 67회 생일 맞아
  • 남미를 순방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3일 버스 안에서 67번째 생일을 맞았다.

    반 총장이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생일을 맞게 된 것은 기상악화로 인한 일정 차질 때문이었다.

    반 총장 일행을 태우고 콜롬비아 보고타를 이륙해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향하던 비행기가 칠레 화산재 때문에 기수를 돌려 인근 도시인 코르도바에 착륙하게 된 것.

    당초 목적지에서 무려 600㎞ 가량 떨어진 소도시 코르도바에 생일 날 새벽 1시30분께 도착한 반 총장 일행은 현지 정부가 제공한 대형 버스를 타고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 무려 10시간의 장거리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그는 버스 여행 도중 잠시 정차한 주유소 휴게실에서 커피와 쿠키 몇조각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했다.

    67번째 생일상이었다.

    반 총장을 수행하던 칠레, 멕시코,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등지 출신의 유엔 직원들은 이날이 반 총장 생일인 것을 그때서야 알고 무척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생일인데도 불구하고 남미 국가들의 순방 요청을 받아들인 것도 그렇거니와 전혀 티를 내지 않고 소탈한 모습으로 모든 사람을 편안하게 해 준 그의 배려심 때문이었다고 동행한 한 유엔 관리는 전했다.

    긴 버스여행끝에 부에노스 아이레스 호텔에 도착한 반 총장은 곧바로 옷을 갈아 입고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과의 회담장으로 향했다고 한다.

    반 총장은 지난 2007년 취임후 그해 여름과 2009년 여름 두번의 생일은 뉴욕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냈다.

    런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유럽과 중동을 순방중이던 2008년 생일 때는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과 압둘라 국왕으로 부터 생일 축하 인사를 받았고, 2010년 서부아프리카 베냉을 순방중이던 해에 맞은 생일 때는 베냉 대통령과 외무장관의 생일 축하 인사를 받았으며 베냉에 근무하던 유엔 직원들의 `해피 버스데이 투 유' 노래를 선물 받았다.

    유엔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반 총장의 1기를 마감하는 올해 생일은 취임후 첫 방문 대륙인 남미에서 10시간의 고된 버스 여행 도중에 맞게됐다"며 "버스안에 있던 수행 직원들의 축하 인사를 받은 반 총장은 매우 흡족해 했다"고 전했다.

    한편 반 총장 연임과 관련된 유엔 안보리 논의는 이번주중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빠르면 내주 중 유엔 총회에서 박수와 환호 속에 결의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유엔 관계자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