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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반군의 공세가 강화된 가운데, 무아마르 카다피(69)가 국제체스연맹의 키르산 일륨지노프(49) 회장과 체스를 두는 여유를 과시했다.
리비아 국영TV는 12일 늦은 밤 카다피와 일륨지노프 회장이 체스를 두는 장면을 방영했다. 카다피가 TV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리비아 사태를 중재하려고 트리폴리를 방문한 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만났던 지난달 30일 이후 처음이다.
국영TV는 갈색 망토 차림에 짙은 색 선글라스를 낀 카다피가 장남 무하마드가 관전하는 가운데, 일륨지노프 회장과 마주앉아 체스에 열중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국영TV는 둘 간의 체스 경기가 열린 장소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나 일륨지노프 회장은 체스를 둔 곳이 트리폴리였고 2시간 가까이 체스를 뒀다고 러시아 뉴스통신 인테르팍스에 전했다.
일륨지노프는 러시아 남부 칼미키야 자치공화국의 정부수반으로 17년간 재직하다가 지난해 10월 퇴임한 인물이다. 14세의 나이에 러시아 챔피언에 올랐던 체스 천재인 일륨지노프는 1997년에 미확인비행물체(UFO)에 끌려가 외계인과 만났다고 주장하는 괴짜로도 알려졌다.
국제체스연맹 회장 자격으로 리비아를 방문한 일륨지노프는 인테르팍스와의 인터뷰에서 "카다피는 리비아가 자신의 조국이자 자녀와 손자·손녀가 묻힐 땅이라면서 리비아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카다피는 또 자신이 총리나 대통령, 왕이 아니기 때문에 물러날 자리도 없다고 주장했다고 일륨지노프는 덧붙였다.
카다피는 리비아에서 공식적인 자리를 보유하지 않은 채 `혁명 지도자', `국가원수' 등으로 불리며 실질적으로 통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둘 간의 체스 경기가 열린 전날 반군은 트리폴리에서 50㎞ 떨어진 항구도시 자위야까지 진격하며 카다피 세력을 위협했으며, 나토는 이달 초부터 공격용 헬리콥터를 배치하는 등 카다피 친위부대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