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공개하라” vs 野 “즉각취소”“정치적 이용말라” 다르지만 한목소리
  • 전날 남북 비밀접촉 녹취록 공개 협박을 하고 나온 북한의 주장에 대해 10일 정부-여당과 민주당은 '다른 목소리에 같은 의미'를 담은 대북 메시지를 들고 나왔다.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밝힌 통일부와 여당인 한나라당은 "공개할테면 해봐라"라고 강경하게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어찌보면 여야의 반응이 뒤바뀐 듯 하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의미는 같다. 정부-여당과 야당이 모처럼 대북 메시지 전달에서 한 목소리를 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이 더 이상 엇나가는 것은 향후 남북관계에 좋지 않다'는 의미의 메시지를 북측에 띄우고 있는 셈이다.

    먼저 정부와 여당은 공격적인 반응을 내놨다. 북한이 만약 그런 자료를 가지고 있다면 더 이상 남남갈등을 부추기지 말고 자료를 당당하게 공개하라는 것이다. 북한의 녹취록 공개 발언을 “막무가내”라고 규정하면서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북한에 요구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의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북한이 녹취록을 공개해선 안된다”며 정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전병헌 의원 두 명이 공식적으로 ‘녹취록 공개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민주당 내부에서 비슷한 의견이 속속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 “北, 존재한다면 공개하라”

  • 통일부는 북한의 남북 비밀접촉 녹취록 공개 위협과 관련, “북측이 주장하는 대로 기록이 존재한다면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사실을 왜곡하지 말고 모든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의 폭로 의도에 대해 “비공개접촉을 공개한 사례는 남북 회담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정책결정이나 협의과정에 비쳐보면 북한 내부에 복잡한 사정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1일 발표 내용과 비교해보면 이번에는 우리 내부 얘기를 많이 하는 것이 특징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때보다 우리 내부의 언론보도와 발언에 굉장히 민감한 듯 보이며 내부갈등을 유도해 정부를 어렵게 하거나 불신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곳곳에서 많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돈 봉투’ 논란과 관련해서는 “장관이 이미 국회 답변과정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나라당도 “녹음기록이 있다면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10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치기어린 행동이다. 북한의 몽니부리기식, 막무가내식 행태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변인은 “북한의 협박성 발언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북한의 의도는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천안함, 연평도 사건 등 궁지에 몰린 북한이 북미관계의 주도권을 가지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향후 남북관계에 미치는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으며 북한은 치기어린 행동을 버리고 진정어린 태도로 남북대화에 나와 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민주당, 北 남북 비밀접촉 녹취록 공개 “반대”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북한의 남북 비밀접촉 녹음 기록 공개를 속속 반대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9일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은 남북 비밀접촉 당시 녹음 기록 공개를 즉각 취소하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북한이) 그런 짓을 하면 국제 사회에서도 비판받지만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분들도 화나게 하고 실망하게 한다”고 했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과 막후 협상을 했던 박 의원의 이러한 발언은 북한이 최근 이명박 정부와의 비밀접촉 내용을 폭로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같은 당 전병헌 의원도 공개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 의원은 10일 성명을 내고 북한이 남북간 비밀접촉 당시의 녹음 기록을 공개할 수 있다고 밝힌데 대해 “공개되는 상황까지 가서는 안된다”고 했다.

    전 의원은 “정상회담을 위해선 기본적 신뢰가 전제돼야 하는데 녹취록 공개 조치는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역시 북한의 폭로에 민감하게 대응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하며 비밀 접촉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동이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이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비밀접촉을 둘러싼 공방은 남북 모두에게 도움이 안되며 6.15 남북 공동선언의 원칙에 따라 남과 북 모두 좀 더 성숙된 자세로 이번 사태를 풀어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말 다른 목소리인가?

    여야가 이처럼 겉으론 ‘공개’와 ‘반대’라는 상반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사실상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공개하려면 해봐라”는 식의 공격적 입장 전개를 통해 북한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고 이 문제가 수습되기를 원하고 있다는 뜻을 들고 나왔다는 해석이다. 북한의 일방적 주장에 수세적으로 대응할 경우 오히려 대북 메시지 전달이 잘못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또한 남북관계가 선을 넘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원치 않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번 사안만큼은 당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대승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민주당으로서도 실리적이라는 판단을 곁들였을 수 있다.

    이를 보면 여야는 북한이 남북 비밀접촉 문제를 진실게임으로 몰고 가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르지만 같은 의견을 개진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의 이러한 의도가 한반도 미래 상황에 결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도 여야가 같다.

    결국 여야 모두는 “북한이 남북 비밀접촉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된다”는 말을 북한에 하고 싶은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