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에서 하나가 되어 밖에서 성공을 이뤄내야 할 해외 의존도 70퍼센트의 대한민국이 안에서 극심한 국론 분열에 빠져 어느 하루도 평안한 날이 없다.

    행정복합중심도시 건설과 같이 지역균형발전의 절대적 이데올로기를 빌미로 한 야바위 포퓰리즘이 지난 정권 때 정치인들의 야합에 의해 그야말로 ‘재미를 본’ 이후 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정치인들이 들고 나오는 무상급식, 무상의료, 급기야 반값등록금에 이르기까지 복지포퓰리즘으로 대한민국은 이제 대안 제시도 없이 어거지와 생떼가 판을 치는 요상한 국가가 되어 버렸다.

    여느 다른 논란처럼 반값등록금 논란 또한 일년도 남지 않은 총선을 앞두고 불거지고 있다. 반값 등록금이 대쑤랴! 아예 등록금을 없애서 ‘공짜’로 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문제는 財源에 있다. 반값 등록금 화두를 던지고 있는 여야 어느 정당도 구체적인 재원 확충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니, 그 이전에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이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도 정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구체적인 대안 마련 없이 선거를 앞두고 불쑥 선심성으로 던져놓고는 ‘아니면 말고’식으로 얼렁뚱땅 넘겨 버려온 그 동안의 관행을 이제 국민들은 더 이상 용납하지 못한다.

    ‘반값등록금’을 구호로 내세우기 이전에 파악했어야 할 우리 대학교의 현실은 어떠한가?

    우선 우리나라 대학의 재정구조가 극에서 극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는 것이다. 국공립의 차이는 말할 것도 없다. 같은 사립대학이라도 어떤 대학은 1조원에 가까운 적립금을 쌓아놓고 있는가 하면 어떤 대학은 등록금에만 의존하면서도 학생수를 채우지 못해 교직원 임금을 지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하다. 어떤 대학은 대학 구성원들에게 재무회계를 투명하게 제시하는가 하면 어떤 대학은 등록금을 학교건물 건설비로 전용하는 등 재단이 등록금을 횡령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이런 마당에 일괄적으로 반값등록금을 시행할 수 있겠는가? 불투명한 재정 구조와 부실한 학교 운영으로 입학생을 채우지 못한 대학들에겐 가만 있어도 학생들이 지원해 오는 도덕적 해이를 더 불러올 好材일 것이다. 열심히 기부금을 모집하고 학교운영을 탄탄히 하여 쌓아놓은 적립금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교육시설 확충 등 교육 투자를 실시하고 있는 대학들에겐 맥이 빠지는 惡材일 것이다.

    다음으로 대학별로 등록금과 장학금 제도가 극에서 극에 달할 정도로 상이하다는 것이다. 우선 국립은 사립 등록금의 반에 가깝다. 같은 사립대학이라 하더라도 천차만별이다. 등록금 액수가 엇비슷하더라도 그 등록금을 어떻게 사용하는가도 대학마다 천차만별이다. 어떤 대학은 등록금 총액의 상당 부분을 장학금으로 되돌려주는가 하면 어떤 대학은 그렇지 못하다. 어떤 대학은 등록금 가운데 상당 부분을 교육 시설 확충에 재투자하는가 하면 어떤 대학은 재단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기도 한다. 이런 마당에 반값 등록금을 어떻게 일률적으로 실행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기에 일부 학생들이 등록금 고지서에서 일률적으로 반을 깎아 달라는 요구는 실현 자체가 불가능한 어거지요 생떼다. 실현 가능한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실현 불가능한 요구를 내세우며 길거리에 나선다고 도대체 어떤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무질서와 법규 위반에 동의할 국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선동으로 대한민국을 어지럽히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등록금의 실질적 경감이 목적이라면 실현 가능한 요구를 제시해야 할 것이며 차분히 대학 구성원의 합의부터 먼저 구해낼 일이다. 실질적 경감 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한 길거리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아무리 애써 봐야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한편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김대중 정부 이래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으며 참여 정부에서도 그러했음을 주목해야 한다. 김대중 정권에 해당하는 2000학년도 9.6%, 2001학년도 5.9%, 2002학년도 6.9%, 2003학년도 6.7%, 그리고 노무현 정권에 해당하는 2004학년도 5.9%, 2005학년도 5.1%, 2006학년도 6.6%, 2007학년도 6.6%, 2008학년도 6.7% 등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대학 등록금이 매년 올랐다(뉴데일리 보도 참조).

    9년 동안 산술적으로 합하면 60% 올랐지만 1999학년도 등록금을 100이라고 했을 때, 오른 데서 또 오른 것을 계산하면 2008학년도 등록금은 약 180이 된 것이다. 10년도 안 되어 등록금이 거의 두 배로 뛴 셈이다. 2002학년도 부산지역 9개 사립대의 등록금은 2002년 420만~490만원대였는데 올해 등록금은 620만~730만원대로 그동안 무려 200만~240만원 가량 늘어났다는 부산일보의 보도도 이를 확인시켜 준다. (반면 이명박 정부에 해당하는 2009학년도는 0.5%, 2010학년도는 1.6% 인상되었다.)

    따라서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을 이 지경에까지 오르기까지 방치하거나 묵인 조장한 한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몸담은 인사들은 우선 반성부터 해야 한다. 사태를 이 지경에까지 만들어 논 장본인인 신세에 뭘 잘했다고 길거리에 나선단 말인가?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국회라는 논의 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길거리에 나서는 국회의원들은 대의정치를 스스로 파괴하는 자가당착을 보이고 있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또한 두 정권의 창출과 유지 그리고 찬양에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인사들은 이번 등록금 논란에서 제발 좀 얼굴 좀 내밀지 말았으면 한다. 길거리에서 군중들 앞에 서서 도대체 뭘 얻으려는 것인가? 등록금의 살인적 인상은 자신들이 지지했던 정권이 저질러 놓은 것임을  외면하지 말 일이다.

    어떤 정책의 실현을 위해서는 우선 그 전제들을 제대로 파악한 후 다양한 대안을 내놓으면서 최상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반값등록금이 실패로 끝나고 말 것이 명약관화한 것은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대학 현실을 고려하지도 않고 불쑥 던진 구호성 화두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론의 분열을 조장하고자 하는 세력들에게 빌미만 주고 말았다. 그 화살은 여야 정치인 모두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 올 것이다.

    다만 이번 논란이 대학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또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부담을 경감해 주는 합리적 방안을 이끌어낼 호기(好機)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당국과 여야정치인, 시민단체, 학부모 및 학생 대표들이 각자의 장에서 등록금의 실질적 경감을 위한 합리적 방안을 찾길 바란다. 정치인들은 내년 총선에서의 손익을 헤아리며 머리를 굴릴 게 아니라 국가백년대계를 세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길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