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친 바다에서 지독한 외로움으로 여러 번 포기하려고 했지만 세계 일주를 마치고 부산으로 입항하는 상상을 하면서 참고 견뎌냈습니다."
    부산에서 출발해 세계를 한 바퀴 돌아 다시 부산으로 귀환한 요트인 윤태근(49)씨는 20개월간의 세계 일주를 마친 소감을 7일 이렇게 말했다.

    윤씨는 한국에서 출발해 한국으로 돌아오는 최초의 단독 세계 일주에 성공했다.

    오랜 항해와 지독한 외로움 때문이었는 지 그의 얼굴은 검게 그을려 있었고 모자 아래로 나온 머리카락은 거의 백발이 됐다.

    5만7천400㎞의 항해를 마치고 부산 수영만요트경기장에 도착하면서 환영나온 요트인을 향해 두 손을 들어 감사를 표시한 윤씨는 자신이 타고 온 길이 11.3m 크기의 요트 '인트레피드' 선상에서 축하의 꽃다발을 건네는 아내 정소정(48)씨와 감격의 포옹으로 재회의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다음은 윤씨와 일문일답.

    -단독 세계 일주를 마치고 귀항한 소감은.

    ▲도무지 끝이 없을 것 같은 긴 여정이었고 정말 힘들었지만 부산에 도착해 가슴 뿌듯하다. 중간에 항해를 중단할 고비가 여러 번 있었으나 대한민국 대표 선수로 나섰다는 생각과 세계 일주를 마치고 부산 광안대교를 지나 돌아오는 그날을 상상하면서 참았다.

    -왜 세계 일주를 하게 됐나.

    ▲배를 타고 내가 사는 지구를 한번 돌아보고 싶은 간절한 꿈이 있었다. 현실은 늘 그 꿈을 포기하라고 했지만 가슴속에 끓는 열정이 나를 세계의 바다로 나서게 했다.

    -부산에서 출발해 부산으로 귀환한 첫 세계 일주였다. 항해 경로는.

    ▲2009년 10월11일 부산에서 출발해 일본, 대만, 홍콩을 거쳐 동남아시아를 지난 후 인도양을 건너 오만에 도착했다. 해적들이 출몰하는 소말리아 해협을 지나 홍해를 거슬러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지중해로 접어들었다. 이스라엘 터키 그리스 튀니지 등을 거쳐 대서양으로 횡단해 브라질에 도착했다.

    남아메리카의 최끝단 도시 우슈아이야를 거쳐 칠레를 지나 태평양을 횡단했다. 5만7천400㎞를 항해하는 데 20개월이나 걸렸다. 당초 1년간 4만233㎞ 거리를 항해하기로 생각했는데 항해거리와 기간이 길어졌다.

    -해적이 출몰하는 소말리아 해협은 어떻게 통과했나.

    ▲소말리아 해적들이 요트를 납치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번 항해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 걱정이 됐다. 28척이 함께 이동했는데 다행히 무사히 통과했다.

    -가장 힘들고 좋았던 기억은.

    ▲혼자서 항해를 하면서 잠을 자야 했다. 부산을 떠나 첫날밤이 가장 외로웠다. 아르헨티나 마텔플라타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춥고 거친 바다에 대한 준비도 제대로 안 돼 힘들었다. 이 무렵 집에서 생활비 때문에 쪼들리고 있다는 소식까지 접하고 항해를 중단하려고 했다.

    하지만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대한해협을 건너 부산으로 건너올 때는 가장 좋았다. 어젯밤에는 거의 뜬눈으로 보냈고 광안대교가 가까워지면서 가슴이 벅차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항해비용은 얼마나 들었나.

    ▲배(1억원)를 제외하고 5천만원 정도 들었다. 비용은 주로 정박비, 수리비, 식료품비, 전화비, 연료비 등이었다. 부산협성건설과 요트동호인 등 주변으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빚을 질 수밖에 없었다.

    -요트는 언제 시작했고 가족관계는.

    ▲8년 전 요트 붐이 일어날 것 같아서 요트운송대행을 했다. 아내와 아들 3명이 있다. 큰아들과 작은아들은 세계 일주를 하는 사이 군복무 중이며 막내는 중학교에 입학했다.

    -세계 일주를 하려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은.

    ▲세계 일주를 해보고 싶어 7년간 준비했다. 참고할 만한 책 같은 것이 없어서 준비가 너무 부실했다. 그래서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고생도 많이 했다. 나의 실수를 참고해 한국에서 완벽하게 준비해서 떠나기 바란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요트단독 세계 일주를 통해 얻은 값진 경험과 기량을 지금 마산에서 운영하고 있는 요트스쿨을 통해 요트 입문자에게 전수하고 싶다. 요트운송대행을 계속 할 것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알래스카와 남극항해에 도전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