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대통령 "세르비아에서 체포"세르비아 EU 가입 협상 진전에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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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아 내전 `특급' 전범 용의자로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 의해 수배 중이던 라트코 믈라디치가 체포됐다.
보리스 타디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르비아 공화국을 대변해 라트코 믈라디치가 오늘 오전 정보당국(BIA)과 전범추적대의 작전에 의해 세르비아에서 체포됐음을 밝힌다"고 발표했다고 라디오방송 `B92' 인터넷판 등 현지 언론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앞서 현지 `주타르니 리스트'는 경찰이 믈라디치의 일부 개인 신분증들을 소지하고 있고 인상착의가 비슷한 밀로라드 코마디치라는 이름의 인물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B92 방송은 체포 작전이 세르비아 북부 즈레니아닌 인근의 라자레보 마을에서 이뤄졌음을 비공식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믈라디치는 이날 오후 정보당국 차량편으로 베오그라드 특별법정으로 이송됐으며 이 법정이 그를 헤이그 소재 ICTY로 송환할지를 결정한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이와 관련, 슬로보단 호멘 세르비아 정부 대변인은 ICTY와의 전범 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절차를 거쳐 믈라디치가 최장 7일 내 ICTY로 인도될 것이라고 밝혔다.
B92 방송은 소식통을 인용, 믈라디치가 가명을 사용하는 것 말고는 수염을 기르는 등의 다른 위장술은 사용하지 않았고 한쪽 팔이 마비된 상태였으며 "상당히 노쇠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체포 당시 그는 저항하지 않은 채 "매우 순종적"이었으며 이날 검거된 곳은 그의 친척 집으로 알려졌다고 이 방송은 덧붙였다.
보스니아 내전(1992-1995) 당시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계 스르푸스카 공화국(RS)군사령관이던 믈라디치는 스레브레니차에서 이슬람계 주민 8천명을 학살하는 등 이른바 `인종청소'를 주도한 혐의로 ICTY에 의해 기소됐으나 그동안 잡히지 않았었다.
그는 고란 하지치와 더불어 보스니아 내전 `특급 전범' 중 잡히지 않은 두 거물로 분류됐다.
세르비아가 믈라디치를 검거함에 따라 세르비아의 EU 가입 협상 진전에 청신호가 커졌다.
세르비아는 2009년 12월 EU 가입 신청서를 정식 제출했으나 EU는 믈라디치가 체포되지 않으면 EU 가입 협상에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타디치 대통령은 이날 "EU 가입을 위한 모든 문이 이제 열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스테판 풀레 EU 확대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브뤼셀에서 기자들에게 "세르비아의 EU 가입을 위한 커다란 걸림돌이 제거됐다. 세르비아가 국제사회에 대한 중요한 의무를 이행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세르비아 정부는 지난해 10월 믈라디치에 대한 현상금을 100만유로에서 1천만유로(약 155억원)로 10배 높이는 등 그의 검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려 했으나 세르비아 내 추종세력이 그를 비호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한편, 보스니아 내전 특급 전범 중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당시 세르비아 대통령은 2000년 친 서방 세력에 의해 권좌에서 축출된 뒤 전범 혐의로 ICTY에 인도됐다가 2006년 수감 중 사망했고, 세르비아계 지도자였던 라도반 카라지치도 10여년간의 도피생활 끝에 지난 2008년 7월 체포돼 현재 ICTY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