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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지명수배자 1위였던 오사마 빈 라덴이 지난 1일 미군 특수부대와 파키스탄 정보국 요원들에 의해 사살 당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빈 라덴이 사살됐다는 것을 공식확인하고 “테러와의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테러와의 전쟁’은 이제 2막이 시작됐다.
오사마 빈 라덴 잡기
美언론에 따르면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에는 CIA 특수작전그룹, 미군 특수부대, 파키스탄 정보국 요원 등이 참가했다. 빈 라덴이 은신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이들은 특수작전용 헬기 4대에 타고 이슬라마바드 100km 북쪽에 있는 아보타바드를 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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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요원들의 헬기는 빈 라덴이 숨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집에 로켓탄을 쏟아 부었다. 작전에 참가한 헬기 중 한 대가 지상으로부터 로켓탄 공격을 받고 불시착했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작전이 완료된 뒤 현장에 들이닥친 요원들은 빈 라덴의 시체를 발견했다. DNA 분석결과 오사마 빈 라덴임이 확인됐다.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사살하는 작전은 이미 10년이 넘었다. 2000년 美구축함 ‘콜(Cole)호’ 테러 때도 그가 범인이었지만 대규모 추격을 벌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9.11테러는 3000여 명의 시민이 숨지는 등 ‘차원이 다른 테러’였기에 모든 자원을 동원해 빈 라덴과 알 자르카위 등 알 카에다 지도부를 추적했다.
하지만 빈 라덴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 지역의 산악지대와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아프간과 파키스탄 접경 산악 지역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이라는 추정만 무성했다.
답답했던 美정부는 정보기관과 연방 사법기관 요원들을 전 세계로 보내 그를 추적했다. 미군도 거들었다. 그래도 빈 라덴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美정부는 그에게 현상금 5,000만 달러(한화 약 550억 원)를 내걸었다.
부시 정부 시절에는 美국방성 산하에 CIFA(Counter Intelligence Field Activity)라는 대규모 TF를 구성해 빈 라덴과 알 카에다를 추적하기도 했다. CIFA는 FBI, NSA, CIA, DIA 등 연방 정보기관 요원 4000여 명을 차출해 구성한 대규모 조직이었다. 이들은 한 때 감청, 미행, 납치, 고문 등 ‘초법적 활동’을 한다고 알려져 비난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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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ABC>방송이 촬영한 알 카에다의 훈련장면.
빈 라덴 잡다 중동 삼간 태워먹었나?
알 카에다의 조직 구성도 미국 정부를 난감하게 했다. 처음에는 단일조직인 줄 알았던 알 카에다가 사실은 세계 20여 나라 44개 테러조직의 ‘네트워크식 협의체’임도 드러났다. 게다가 마약, 인신매매 등으로 자금도 풍족하게 마련해 놓고 있고, 서방국가의 감시망에 걸리지 않는 ‘하왈라(Hawala)’라는 환치기 조직을 통해 자금을 유통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알 카에다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는 테러 조직은 80여 개에 달한다. 처음보다 더 늘어난 것이다.
한편 美정부는 9.11 테러 이후 빈 라덴과 알 카에다 리더들을 잡느라 중동 각국 정부와도 군사동맹을 맺고 경제지원을 퍼부었다. 미국은 이를 통해 알 카에다를 소탕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해당국가 정권의 성격과 문화를 몰라 오히려 반미 감정만 더욱 커졌다.
이런 알 카에다를 제거하려면 이슬람 국가의 도움이 필수적이었다. 중동의 왕정과 독재정권들은 ‘빈 라덴과 알 카에다 잡기’에 동참하면서 미국으로부터 재정지원과 군사원조를 얻었다. 파키스탄은 핵보유국 지위를 얻었다. 하지만 이들은 각종 사회문제의 원인을 모두 ‘테러와의 전쟁’ 때문이라고 책임을 전가했다. 국민들의 반미 정서는 더욱 강해졌다.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조직은 이런 틈을 노려 활발히 활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0년 겨울부터 이어지고 있는 중동의 반정부 시위 때마다 알 카에다로 추정되는 자들이 유혈충돌을 부추기고 있다. 중동 지역의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조직들은 ‘우리는 알 카에다와 관계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리비아 사태 때는 알 카에다가 ‘반군을 돕겠다’고 공언하는가 하면, 반군으로 위장한 알 카에다가 활동하기도 했다. 이런 중동 분위기를 잘 아는 NATO는 공습 이상의 개입을 주저하고 있다. 자칫 중동 국가와의 ‘관계’가 깨질까봐 두려워서다.
빈 라덴의 죽음, 진짜 ‘테러와의 전쟁’ 시작된다.
한편 부시 전 美대통령은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을 듣고 “이는 미국과 전 세계 평화주의자의 승리”라고 기뻐했다고 한다. 미국 언론들은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을 ‘기쁘게’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 테러조직을 안다면 빈 라덴이 죽었다고 테러와의 전쟁도 끝났다고 생각하는 건 섣부른 판단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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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 카에다는 사람을 잔인하게 죽인 후에도 자랑한다. 이들에게 이교도와 여성, 어린아이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빈 라덴 추격전과 알 카에다의 특성 등을 이해한다면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은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나 알 카에다 조직들에게는 ‘복수’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이슬람 테러조직원들은 ‘성전(Jihad)’을 치르다 죽으면 ‘천국에 간다’고 믿기에 죽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알 카에다는 ‘게릴라전으로 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는 없지만 적에게 지지는 않는다’는 전술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여기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서양 문화를 ‘악마의 선물’로 보는 일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 동참이 늘고 있다.
게다가 알 카에다는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알 카에다 조직들은 시리아, 예맨,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아시아,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여기다 알자지라방송은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이 나온 이후 일부 알카에다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빈 라덴이 이미 알카에다 조직과 거리를 두고 있어, 그의 죽음이 조직에 직접적인 타격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빈 라덴의 사망으로 잠깐 주춤하는 알 카에다가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빈 라덴의 복수’로 테러를 시작할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테러와의 전쟁’ 제2막이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