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잃어가는 美VOA"WSJ 전 발행인, VOA 예산삭감 정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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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리(VOA)방송이 목소리를 잃어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전 발행인 고든 크로비츠는 19일 WSJ 오피니언란에 기고한 칼럼에서 '정보전쟁'의 시대에서 중국 방송이 적극적으로 미국에 진출하고 있는데 반해 미국은 오히려 중국어 방송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관련 인력을 줄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 국영 신화통신이 24시간 영어뉴스 채널을 개국한 데 이어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에 방송 본부를 짓고 있지만, 미 의회는 얼마 전 연간 800만 달러를 절약하기 위해 VOA 중국어 방송 중단 계획에 관한 청문회를 개최한 사실을 대비하면서 VOA 예산삭감이 시대에 역행하는 조치임을 강조했다.
크로비츠는 "우리는 지금 정보전쟁 중이며 그 전쟁에서 지고 있다"라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지난 2일 언급을 인용하며, 이는 VOA 예산을 일방적으로 축소에 따른 예견할 수 있는 결과라고 꼬집었다.
중국과 러시아, 이슬람 단체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미국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게 크로비츠의 주장이다.
크로비츠는 중국 국영 CCTV는 이미 미국의 많은 케이블 TV에서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것과 비교해 중국 당국은 베이징에 VOA 특파원을 단 두 명만 두도록 하고, 상하이에 VOA 사무실 개설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인의 12%가 BBC, CNN, 라디오자유아시아(RFA)를 합친 것보다 VOA를 더 잘 알고 있다는 방송위원회(BBG) 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최근 VOA 중국어 방송 중단문제를 다룬 프로그램에서 중국 간쑤성의 한 청취자가 전화를 걸어 "중국 청취자들은 VOA 방송이 계속될 수 있도록 기꺼이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크로비츠는 VOA는 중국어 방송을 중단하는 대신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인터넷 검열에서 세계 선두에 있는 중국에서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표시했다.
VOA 예산 삭감이 제안된 이후 중국은 비평가들에 대한 가혹한 탄압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 당국 내 강경파들은 중동 지역의 반정부 시위가 발발하자 중국의 "만리장성 방화벽"(great firewall of China)을 강화하고 블로거와 활동가들을 100명 이상 구속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동안 VOA는 인터넷 검열 우회 소프트웨어(circumvention technology)인 울트라서프(Ultrasurf)와 프리게이트(Freegate) 등에 투자해 사람들이 VOA방송을 들을 수 있고 자유롭게 인터넷 서핑도 할 수 있도록 해왔다.
그는 "한 달에 100만 명 이상의 중국인이 중국 방화벽을 뛰어넘으려고 VOA 우회 접속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댄 오스틴 VOA 국장의 말을 소개했다.
이어 지금까지 VOA는 이런 소프트웨어를 200만 달러도 되지 않는 예산으로 운영해왔으며, 미 국무부는 의회가 이 소프트웨어를 위해 책정한 3천만 달러를 사용하는데 꾸물거려왔다고 지적했다.
크로비츠는 VOA가 이런 우회접속 소프트웨어를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춰왔지만, "새로운 미디어가 기존의 미디어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웹 사이트가 중요하긴 하지만 대부분 사람이 웹 사이트에 접속조차 할 수 없는 중국에서 라디오는 아직 필수 매체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크로비츠는 "중국인들은 미국의 최대 동맹이며,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은 미국의 최대 무기"라는 데이너 로러바커(공화.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의 말을 상기시키면서, 이는 '정보전쟁'에서 VOA 예산삭감 계획을 되돌려 놔야 하는 단순하고도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