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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의 제프리 무타이(30)가 2시간3분대의 역대 가장 빠른 기록을 내고도 세계기록으로 공인받지 못했다.
무타이는 9일(한국시간) 치러진 제115회 보스턴마라톤 남자부에서 2시간3분02초라는 초인적 기록으로 우승했다.
그러나 세계기록으로 공인받지 못했다.
이유는 보스턴 마라톤의 레이스 운영 방식과 코스 경사도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정한 세계기록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것.
115년 역사의 보스턴마라톤이 IAAF 기준에 맞지 않다는 게 이상하지만 정한 규칙이니 어쩌랴.
IAAF는 출발선과 결승선이 같은 순환코스(루프코스)에서 나온 기록만 세계기록으로 인정한다.
IAAF는 2010~2011년 마라톤 대회 규칙에서 마라톤 출발선과 결승선 사이 직선거리가 풀코스(42.195㎞)의 절반인 21㎞ 이상 떨어져 있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출발선과 결승선 사이를 21㎞ 내에서 왕복하는 마라톤 코스만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결국, 한 지점에서 출발해 42.195㎞를 쭉 달려 다른 지점에 골인하는 보스턴 마라톤과 같은 편도 코스에서 생산된 기록은 세계기록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규정에 따르면 기록의 산실로 알려진 런던마라톤에서 나온 기록도 편도코스에서 열리는 탓에 대회 최고 기록 또는 참고 기록일 뿐 세계기록으로는 인정받지 못한다.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8·에티오피아)가 2시간3분59초로 세계기록을 세운 베를린마라톤과 로테르담 마라톤은 순환 코스에서 열리는 대회여서 IAAF가 인정하는 세계기록을 인정받았다.
IAAF가 순환 코스를 조건으로 정한 것은 출발선과 결승선이 다른 42.195㎞ 코스를 달리다 보면 도로 경사에 따라 선수들이 뒷바람의 도움을 받을 공산이 크기 때문.
더군다나 이번 보스턴 마라톤 코스는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많아 바람이 기록을 단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보스턴에는 초속 6~8m의 강풍이 분 것으로 알려졌다.
IAAF가 편도 코스에서 나온 기록을 인정하는 않은 것은 10여 년 전부터다.
김정식 대한육상경기연맹 경기팀장은 "2001~2002년께 IAAF가 편도 코스 기록을 세계기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을 변경해 전주를 출발해 군산에 골인하는 전주-군산 간 마라톤 대회 코스도 전주 시내 왕복 코스로 바꾼 적이 있다"고 밝혔다.
내리막 경사가 IAAF가 정한 규칙보다 훨씬 심했던 것도 세계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한 요인이 됐다.
IAAF는 출발선에서 결승선 사이의 경사도가 ㎞당 1m를 넘지 않도록 정했다.
풀코스를 뛴다고 가정하면 출발선과 결승선의 고도 차가 42m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 보스턴 마라톤 코스는 출발선과 결승선 사이 고도가 무려 143m나 차이가 났다.
즉, 선수들은 출발과 함께 결승선까지 거의 내리막을 달렸다는 얘기다.
지난해 로테르담 마라톤에서 2시간4분55초로 개인 최고기록을 세운 무타이는 보스턴의 내리막 경사와 뒷바람을 최대한 활용, 최고기록을 1분53초나 앞당겼다.
그러나 대회 자체가 여러 조건에서 IAAF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탓에 아쉽게도 세계기록 타이틀을 가져오지 못했다.
8월27일부터 대구에서 열리는 제13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코스는 IAAF의 규정에 따라 변형 순환코스로 설계됐다.
시내 국채보상운동공원을 출발해 청구네거리-범어네거리-두산오거리-수성못오거리-대구은행네거리-반월당네거리를 거쳐 국채보상공원으로 돌아오는 15㎞ 코스를 두 번 돈다.
이어 황금네거리-중동네거리-반월당네거리-국채보상공원으로 돌아오는 12.195㎞ 코스를 한 번 더 돌아 결승선에 골인하는 방식이다.
출발선과 결승선이 국채보상운동공원으로 같고, IAAF의 주문에 맞춰 21㎞ 안쪽인 15㎞ 순환 코스로 개발됐다.
경사도가 완만하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거의 없는 평탄한 코스여서 대구의 무더위만 이겨낸다면 IAAF가 인정하는 좋은 기록도 바라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