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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궁금했다. 국회의원을 내리 다섯 번이나 하고 당대표까지 지낸 분이 총선도 아닌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임기는 단 일 년이다. 그를 만나기 전 많은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가 무엇을 기대하고 출마하느냐고. 다양한 대답이 나왔지만 여야, 계파 구분없이 여의도 사람들은 그에게 ‘화합’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31일 성남 분당에 위치한 그의 선거사무소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예비후보를 만났다.
분당을 출마선언이 다소 의외였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보궐선거가 갑자기 생겼다. 상식적으로 누가 1년직 국회의원을 위해 고생하려 하겠나. 현역시절 대구에서 국회의원 생활을 했으나, 15년 전부터 분당에서 살고 있다. 이 지역이 아니었더라면 출마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전직 대표까지 지낸 사람이 보궐선거가 생겨 당이 심판을 받는데 당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 내 의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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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재섭 한나라당 전 대표는 31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4.27 분당을 보궐선거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 추진혁 기자
일각에서는 18대 공천파동에 대한 명예회복으로 출마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 당시 나는 당 대표였다. 공천은 공천심사위원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것인데 몇몇 사람들이 공천에 개입했다. 거기에 외압을 넣었다. 그렇게 발생한 게 공천파동이다.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심판했다. 나는 당시 대표로서 전체 선거에서 파동이 일어난데 대한 책임을 느낀 것이지 내가 일으켜서 공천권을 반납한 것이 아니다.
예선전이 만만치 않다
국회에 내가 등원하는 것을 반대하는 일부 세력들이 (경선절차를) 차일피일 미루며 판을 커지게 했다. 당이 승리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아내겠다는 공명정대한 기조에 서 있으면 이렇게 (혼란스럽게) 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여론조사를 실시해보면 내 지지율이 가장 높다. 다른 예비후보들 지지율을 다 합친 것보다 많게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지난달 12~13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강재섭 전 대표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의 가상대결에서 22%포인트 차이로 이기고 정 전 총리는 손 대표를 10% 포인트 이상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다만 같은달 11~12일 국민일보가 발표한 리서치뷰 조사에서는 손 대표(43.5%)와 정운찬 전 총리가 대결할 경우, 정 전 총리(46.0%)가 근소하게 앞섰다. 손 대표와 강 전 대표 간의 대결에서는 강 전 대표가 오차범위를 넘는 8% 포인트의 차로 뒤쳐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손 대표에 오차범위 이상으로 뒤졌다
여론조사는 여러 종류가 있다. 공정하게 상황을 알아보는 게 있고 특정 후보, 정당이 자신들의 이익, 홍보 목적으로 엉터리 여론조사를 기획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홍보 플레이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말로 들리는데, 한나라당 후보경선에 여론조사를 주장하지 않았나
갤럽 등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기관 두어 군데를 정해서 공정하게 여론조사를 하고 떳떳하게 공개하자는 말이다. 당이 참 이상한 것이 내가 이기는 자료들은 공개를 의도적으로 안한다. 무슨 당이 그런 당이 있나. 나에게 불리한 것은 슬슬 흘린다.
손 대표가 출마를 선언하자 바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어제(30일) 도저히 못 참겠더라. (후보를) 빨리 결정해야지 공심위를 다음주 화요일(5일)로 미룬 이유가 뭐냐. 정 당신들이 고려하는 사람이 있다면 대한민국 그 누구라도 다 넣어서 여론조사 하자, 손 대표에 지면 안 나가겠다는 말까지 했다. 당 차원에서 대응을 안해서 내가 가서 기자회견 하고 맞불 놓고 왔다. 당에서 아무도 나서지 않고 있고 어차피 손 대표와 붙을 사람이 나니까 내가 가서 한 것이다.
손 대표와 비교했을 때 스스로 경쟁력이 뭐라 보는가
손학규 대표는 정권심판론을 얘기할 것이다.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여권후보는 내가 유일하다. 이 정권들어 실업자 생활이 3년째다. 지난 총선과 대선을 성공시키고 희생당한 사람이다. 정권심판론은 나와는 관계가 없다. 오히려 내가 민주당에 심판론을 제기할 수 있다.
손 대표는 민자당(현 한나라당) 광명 보궐선거로 정계에 데뷔했다. 또 한나라당 혜택을 받아 경기지사를 하고 민주당을 내걸고 종로 (18대 총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곳곳을 왔다갔다한 철새인데 그런 철새와 15년을 살고 있는 나와 누가 나은지는 분당주민들이 잘 알 것이다. 정 전 총리가 출마하면 철새끼리 붙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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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 전 대표는 자신의 경쟁력으로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주장하는 정권심판론과 자신이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철새처럼 곳곳을 왔다갔다한 손 대표를 분당 주민이 심판할 것이라 밝혔다. ⓒ 추진혁 기자
손 대표 출마로 젊은층 투표율이 올라가 지금까지의 여론조사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수도 있지 않는가
젊은층 투표, 늘어날 수 있다. 반드시 손 대표 몫으로 가진 않을 것. 한나라당 지지층은 내가 당 대표로서 희생한 점을 잘 알고 있다. 그 분들이 적극적으로 투표해 주실 것이다. 판이 커지면 내가 더 유리하다고 본다.
손 대표가 오전에 분당에 왔다 갔다. 예비후보이나 당 대표가 움직이니 당의 지원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반면 한나라당은 후보 선정이 지지부진하다. 여권이 강 전 대표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모르겠다. 내가 들어가면 버겁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는 분당 보궐선거를 통해 18대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 6선 의원이 된다.) 여권 전체도 아니다. 일각 몇 명인데 자꾸 시끄럽게 목소리 낸다.
당대표는 하라고 해도 안한다. 당 대표는 희생하는 자리다. 해봤는데 왜 또 하나. 국회의장은 1년짜리가 어딨나. 박희태 의장이 내년까지 임기가 있는데. 다 반대를 위해 만들어낸 얘기다.
당지도부에 섭섭함이 크겠다
그래서 내 이름이 재섭이다. 매우 섭섭하다고(웃음).
안상수 대표에게 갖는 감정이 복잡하겠다. 대표 최고위원이 되기까지 직접 도움을 주기도 했는데
그 부분은 얘기하기 싫다. 안상수 대표도 선거 결과에 따라 운명이 좌우된다. 자기를 위해서라도 공명정대하게 떳떳하게 공천해야 할거다.
일부 지도부가 소위 실세에 꼼짝을 못해 할 말도 못하고 끌려 다니는 것이 지도부의 운명과도 연결된다. 그분이 끝까지 책임질 것도 아닌데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섭섭하고 이런 것은 관계없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분당 선거를 혼탁하게 몰고 간 것 자체가 원희룡 공천심사위원장이나 안상수 대표가 잘못했다”고 말했다. 선거 패배시 책임지라는 뜻으로 들리기도 했다
그 주장이 맞다. 정치권 보궐선거를 무슨 심판이라며 판이 커졌다. 탁상에서 총리벨트를 만들고, 판을 키우더니 결국은 손 대표까지 나왔다. 나는 손 대표가 나와도 걱정이 없다. 선거전에 들어가면 좁혀지겠지만 지금도 크게 이기고 있다.
홍 최고는 무슨 문제에 대해 시끄러운 소리를 자주 내기는 해도 옳은 소리 잘한다.
당이 전략공천에 미련을 못버린다
정운찬은 분당 주민들에게 춘추전국시대 인물이다. 그 분은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도 (시키려고) 몸부림 친다. 그분에게 최근 많은 일이 있었다. 주민들이 받아들이겠다. 아직도 그 카드 주물거리는 것인 한심하기보다 민망스럽다.
동반성장위 사퇴론, 신정아 사건 등 여러 사건들이 수면위로 가라앉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도 안하겠다고 하다가 겨우 열심히 하겠다고 봉합했는데 그 분이 여기 출마하겠다고 외압 넣는다고 되겠는가. 본인이 분당에 연고도 아무 없는데 왜 받아들이겠는가.정운찬 총리가 거론된 신정아 책 읽어봤나
관심도 없다. 알지 않나. 그런 책 읽어볼 시간 적 여유가 없다.
18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뭔가
제가 가장 잘하는 일이 당 화합이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한나라당이 앞으로 얼마나 혼란스럽겠나. 당이 깨져선 안된다. 화합하고, 소통하고 통합하는 일을 하고 싶다. 직책을 맡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분당은 1기 신도시다. 주변에 신도시들이 많이 생겨 천당 밑에 분당이라는 자긍심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 이곳에 지역밀착형 정치로 활기를 불어넣고 싶다. 분당에서 15년 산 만큼 곳곳을 잘 안다. 문만 열면 지역구인 이곳에서 매일 지역구민을 만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