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일고 있는 민주화 열풍에 대한 해석과 전망이 국제사회에 담론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 담론에는 지금의 민주화 열풍이 과연 지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질 거대한 민주화 `물결(wave)'의 시작을 알리는 것인가 하는 큼직한 주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논의들에서 민주화 물결이 미칠 잠재적 대상으로 북한이 거론되는 까닭에 우리에게 각별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의 스테픈 R. 그랜드는 최근 `이집트에서 시작: 제4의 민주화 물결?'이라는 기고문에서 "튀니지와 이집트의 독재체제 붕괴는 아랍권을 진앙으로 하는 제4의 민주화 물결이 형성되고 있을지 모른다"고 규정했다.

    `문명충돌론'으로 유명한 새뮤얼 헌팅턴(1927~2008)이 주창한 `제3의 민주화 물결'과는 다른 조류의 민주화가 형성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제3의 민주화 물결'은 1974년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이후 남유럽.남미.아시아.동유럽 등을 휩쓸었다.

    그랜드는 20여 년 전 동유럽의 민주화 경험에 의존해 지금의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형성하고 있는 `제4의 민주화 물결'의 특징들을 분석했다.

    첫째, 동유럽의 민주화 도미노 현상과 달리 모든 아랍 독재체제가 무너지는 형태는 아닐 것으로 그는 진단했다. `제4의 민주화 물결'은 지역을 휩쓰는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옛 소련의 무력에 의해 인위적으로 편입된 동유럽은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이들 국가에 대한 개입을 포기하면서 시작된 민주화 시위에 쉽사리 무너진 반면 아랍에는 정권의 버팀목인 원유와 천연가스가 있을 뿐 아니라 정권마다 고유한 특성이 있고 국제사회 개방 정도와 시민사회 역량도 차이가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둘째, 정치적 변화가 거리 시위뿐 아니라 매우 다양한 형태로 전개될 것이라는 점도 특징적 현상으로 봤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달래려고 새 정부 구성을 약속한 요르단의 경우에서 보듯 각 정권이 정치적 불안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아랍 정권들이 약속한 민주적 변화가 때론 진실된 것일 수 있지만 단지 시간을 버는 포장에 불과한 것에 그칠 수도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궁극적으로 지금 중동에서 일고 있는 정치적 변화들이 곧 민주주의 달성을 의미하지 않을 수 있다는 예견이다.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과도정부가 들어서고 개헌과 자유선거가 약속됐지만, 이행 과정에서 국민들의 의지가 계속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민주주의에 도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비정부기구(NGO)인 프리덤하우스는 옛 소련의 영향권에 있던 28개국 중 13개국만 `자유' 국가로 평가했다. 나머지 15개국은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국가이거나 자유롭지 않은 국가로 분류됐다.

    넷째, 지금의 아랍권 민주화 물결에서는 이념보다 독재 종식, 부패 청산, 기본권 향상, 실질적 삶의 질 향상 등 실용적 요구가 나오고 있는 점도 특징적 현상이라고 그는 꼽았다.

    다만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시민혁명 이후 새 질서를 정리하는데 어떤 역할을 할지 뜨거운 논쟁거리로 남을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아울러 아랍권의 재편 속에서 미국과 주요 서방 강국들의 역할도 주목된다.

    미국은 아랍 국민들의 높아진 기대에 부응해 의미 있는 개혁 진전,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정권 이양, 국민으로부터 정통성을 위임받은 정부의 출현 등을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그랜드는 `제4의 민주화 물결'의 특징적 대목들을 이같이 정리하고 "제4의 민주화 물결이 아랍권을 넘어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튀니지와 이집트의 상황들이 궁극적으로 이란의 (야권단체인) `녹색운동'에 대한 지지가 될 수 있다"면서 중국의 반체제 운동, 2012년 러시아 대통령 선거 등에서도 민주주의가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터키의 일간지 `투데이스 자만'도 최근 칼럼을 통해 "이집트와 튀니지에서의 정치적 격변이 `제4의 민주화 물결'을 시작했다"고 규정하며 `제4의 민주화 물결'의 특징을 소개했다.

    신문은 `제3의 민주화 물결'은 갈등 충돌 후 지배체제와 민주화 세력 간 자유선거 협상, 외국과의 전쟁 패배에 따른 군부정권의 지지 상실, 옛 소련의 개입 포기에 따른 동유럽 공산체제의 붕괴 등의 특징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이와 달리 튀니지, 이집트의 독재정권이 평화적으로 막을 내린 데에서는 이런 요인들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민주화 시위가 일고 있는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경제적 성장을 거두고 상대적으로 거시경제적 안정을 유지해오는 등 경제 악화의 모습이 없었다는 두드러진 점과 더불어 중산층의 정치적 자격 증대, 야권세력의 부재 등이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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