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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지역 일부 국가들이 브라질의 영향력 확대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18일 드러났다.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미국 정부 외교전문에 따르면 남미 일부 국가들은 브라질이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 정부(2003~2010년) 시절 역내 주도권을 강화하는 데 불만을 갖고 있었으며, 이른바 '브라질 제국주의'에 제동을 걸어줄 것을 미국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2004년 2월 이후 작성된 외교전문에는 콜롬비아, 칠레, 파라과이 등이 브라질의 주도권 강화 움직임에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특히 알바로 우리베 전 콜롬비아 대통령은 미국 정부 고위 관리들과 만난 자리에서 "룰라와 나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다. 룰라는 중남미에서 반미(反美) 동맹을 구축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우리베 대통령은 집권 기간 내내 친미(親美) 노선을 추구했었다.
우리베 전 대통령은 "룰라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는 달리 매우 영리하고 실용적인 인물"이라면서 "그러나 룰라는 좌파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미국에 맞서는 '브라질 제국' 건설의 이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룰라에 대한 우리베 전 대통령의 불신은 2008년까지 이어졌으며, 브라질의 주도로 이루어진 남미국방협의회 설치 계획을 사전에 미국 정부에 알려주기도 했다.
2005년 5월에 작성된 외교전문에는 파라과이 정부가 남미-아랍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한 브라질에 대해 불만을 터뜨린 내용도 나온다.
당시 레일라 라치드 파라과이 외교장관은 미국 대사에게 "남미-아랍 정상회의는 브라질을 포함해 남미 지역의 아랍인 공동체와 유대인 공동체 간에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룰라 전 대통령의 제의에 따라 시작된 남미-아랍 정상회의는 2005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 2009년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두 차례에 걸쳐 개최됐다. 정상회의에는 남미대륙 12개국과 아랍연맹(AL) 소속 22개국 등 34개국의 정상과 정부대표들이 참석했다.
이 같은 외교전문 내용에 대해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브라질이 남미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내세워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온 것은 사실이지만 '브라질 제국주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브라질의 영향력 확산을 우려해 '브라질 제국주의'라는 용어가 거론됐다는 것은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 좌파정권을 중심으로 '미국 제국주의' 반대 구호가 터져나온 사실과 비유되면서 지난 10여년간 남미 지역의 복잡한 사정을 설명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