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설마했는데…” 침통한 분위기
  • "내 손을 뽑은 2명의 군수가 모두 비리로 중도 하차했다. 설마했는데, 실망감이 너무 크다."

    가평군수에 연속 당선돼 무소속 돌풍을 일으켰던 이진용 군수가 17일 비리혐의로 끝내 구속돼 '선거와 비리의 고리'가 얼마나 끊기 어려운 일인지 실감케 하고 있다.

  • ▲ 이진용 가평군수ⓒ연합뉴스
    ▲ 이진용 가평군수ⓒ연합뉴스

    이 군수는 2007년 4월25일 재선거에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며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재선거도 양재수 전 군수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중도 하차했기 때문이다.

    이 군수는 에코피아 가평을 모토로 중첩 규제를 이겨내고 청정환경을 이용한 관광.문화산업을 발전시키는 등 주민들의 기대를 받으며 6.2 지방선거에서도 또다시 무소속으로 나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 군수는 두달 뒤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법정에 서 한차례 고비를 맞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아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두번째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다섯달 뒤 기획부동산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고 토지분할 허가 등 편의를 봐준 혐의로 구속되고 만 것.

    문제의 기획부동산과 이 군수 사이에는 이 군수의 선거운동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지역 측량업체 대표가 있었다. 지역에서는 '선거를 하며 자신을 도운 지인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이 군수가 재판에서 군수직을 상실하면 가평은 두 명의 군수가 잇따라 중도에 하차하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때문에 주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가평지역에서는 지난달말부터 이 군수가 기획부동산으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검찰이 지난달 28일 지역 측량업체를 압수수색한데 이어 9일에는 군수 집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이 군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하는데도 주민들은 "내 손으로 뽑은 군수가 설마.."라며 반신반의했다.

    주민들은 모이는 자리마다 이 군수의 구속 여부로 설전을 벌였지만 결국 법원이 "범죄 혐의의 소명이 있고 증거 인멸과 도주의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군청 직원들은 군수의 구속 소식이 전해지자 침통한 분위기 속에 업무에 임했다.

    이 군수는 구속과 함께 직무가 정지됐으며, 가평군은 이춘배 부군수가 직무를 대행한다.

    가평군은 18일 부군수 주관으로 간부회의를 열고 군수의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