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당국자는 김일성의 손자 김정은이 조선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의 제 1인자가 되는 것을 공인한 셈이라고 전해집니다. 물론 새로운 뉴스는 아닙니다. 고려조 때에도, 조선조 때에도, 중국에 아부하는 사대주의자들은 계속 있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김정일 왕조가 후진타오 독재정권에 대하여 아부하는 것이 결코 새롭지도 않고 놀랍지도 않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대한민국은 오늘 열심히 일해서 먹고 사는 일에는 별 부자유가 없는데 이북은 백성을 먹여 살릴 힘도 없어서 밤낮 중국을 향해 구걸하는 꼴도 참으로 눈뜨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은 얼마나 더 북의 독재자들과 춤을 추어줄 것인가 - 그것이 궁금합니다. 쓸모가 없게 되면 버릴 것은 뻔 한데 중국은 머지않아 파트너를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큰돈을 들여서 김정일의 70회 생신 축하를 대대적으로 거창하게 치루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앞으로 몇 년 더 살지도 모르는 병든 김정일의 분에 넘치는 생일 축하연은 어쩌면 그의 삶의 마지막을 내다보면서 그에게 안겨주는 꽃다발이라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어쨌건 후진타오와 김정일의 그 어색한 춤을 출 수 있는 시간도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외부와의 통신이 단절되어 있는 북한에서는 최근 이집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모르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단속을 철저히 하기는 한다지만 근년의 중국은 다른 나라들과의 연락이 없이는 유지되지 못할 터이므로 중국 당국은 무바라크에게 일어난 비극이 혹시 중국에서도 벌어지지 않을까 내심으로는 전전긍긍하고 있을 겁니다. 중국이 민주화를 단행하고 민주적 원칙하에 중국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날이 올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한 마디로 하자면 중국은 세계를 이끌고 나갈 만한 철학과 경륜과 가치관이 없다고 믿습니다. 어쩌면 중국은 서방세계와 아랍국가들 사이에 분쟁과 항쟁과 투쟁의 결과를 지켜보다가 양 진영이 모두 피곤해질 때에 세계를 지배하는 강국으로 등장할 꿈을 꾸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날은 오지 않습니다. 두 문명권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구체화된 일은 일찍이 역사에 없었다고 믿습니다. 현재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두 진영의 대립 항쟁은 십자군의 원정으로 비롯해 두 진영의 혈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이 심각한 것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때에 유럽이 완전히 승리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유럽의 도시들에서 모슬렘을 몰아낼 수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스페인이 있고 프랑스가 있습니다.

    오늘의 두 진영의 대결은 부분적인 전쟁이 아니라 전면전이고 십자군의 원정 때나 마찬가지로 기독교도와 모슬렘교도 사이의 전면전인데 그 때처럼 공존하기는 어렵고 어느 한 쪽은 역사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중국이 그 체질상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리라 마음을 먹는다고 해도 21세기의 두 진영의 대립의 선외에 설 수는 없는 일입니다. 중국은 오늘 마르크스가 제시한 원리에서는 매우 거리가 먼 곳에서 “굿이나 보다 떡이나 먹지”하고 있지만, 서부 문명의 파트너로 이 전쟁에 임하는 우리가 승리할 때 중국은 설 자리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은 김정일을 비롯해 중국에 심취한 자들은 중국이 머지않아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가 될 것으로 잘못 알고 있지만 그런 날은 영원히 오지 않습니다. 후진타오와 춤 한 번 추기를 바라는 세계의 지도자들이 많이 있는 모양인데 그 곡은 머지않아 끝나게 될 것입니다. 김정일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차제에 분명히 밝혀두고자 합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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