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대표 빠지고 교감도 모르게 심사 진행?“서류탈락자 5명 중 3명은 교감자격 보유자”
  • 교장공모과정 불공정 논란이 커지고 있는 서울 영림중학교의 교장공모가 처음부터 의혹투성이인 것으로 취재결과 드러났다. 특히 학교 관리자인 교장과 교감이 배제된 채 공모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처음으로 내부형 교장공모를 실시해 전교조 소속 평교사의 교장임용이 유력한 영림중학교는 심사위 구성에서 학부모회장을 비롯한 학부모 임원들이 전부 배제되면서 학부모들이 교육청에 진정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으며 심사과정에서도 원칙을 무시한 절차 진행으로 갈수록 의혹이 커지고 있다.

    다음은 영림중 학부모들이 밝힌 5대 의혹이다.  

    의혹 1. 갑자기 바뀐 공모방식, “예술중점학교는 원래 초빙형이다”

    영림중은 지난해 하반기 교과부로부터 예술중점학교(음악)로 지정되면서 ‘초빙형 교장공모제(교장자격증 소지자로 공모자격을 제한)’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다른 연구중점학교들이 모두 초빙형 교장공모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5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내부형 교장공모제 시행 공문을 받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학부모 A씨는 “예술중점학교로 지정되면서 초빙형 교장공모제가 시행되는 것으로 다들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교육청에서 공문이 내려와 내부형교장공모제를 시행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공문을 받은 학교는 긴급 학교운영위 소집, 학부모 대상 가정통신문 발송(내부형 교장 공모 찬반 의사 표시), 교사투표 등의 절차를 거쳐 공문을 받은 지 5일 만인 20일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진행하겠다는 신청서를 교육청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 A씨는 “학부모들에게 내부형과 초빙형의 차이가 무엇인지 학교가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단지 가정통신문에 내부형 교장공모에 대한 찬성여부만을 표시하라고 하니까 많은 학부모들이 별 생각 없이 찬성표시를 했다”고 말했다.

    내부형 공모 자체가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학부모 B씨는 “학교가 위치한 지역적 특성상 전교조 선생님이 많고, 학원위원 중 상당수가 친전교조 성향의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면서 “공문이 오기 전 모 교육위원이 학교를 찾아와 ‘영림중은 내부형으로 갈 테니 준비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예술중점학교, 과학수학중점학교, 영어중점학교는 모두 초빙형 교장공모제를 시행하고 있다. 예술중점학교인 영림중 역시 초빙형 공모제 채택이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유독 이 학교만 5일 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교장공모 방식을 바꾼 것이다.

    의혹 2. 교장의 ‘침묵’과 교감도 ‘모르게’ 진행된 심사

    교장과 교감은 학교관리자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이들의 결재를 맡아 이루어진다. 더구나 교장공모와 같은 중요사안에 있어 교강과 교감이 그 내용을 모른다거나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영림중의 내부형 교장공모는 철저하게 교장의 침묵과 교감이 배제된 상황에서 진행됐다. 의혹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학부모 B씨는 “교장, 교감 선생님 모두 모르게 진행됐다. 완전히 배제됐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나중에서야 심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게 된 교감선생님이 문제를 제기했다 상당한 곤욕을 치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의혹 3. 이상한 심사위 구성, ‘학부모 대표가 모두 빠진 심사위’

    영림중의 내부형 교장공모 심사위는 처음 내부, 외부 심사위원 각 7명씩 모두 14명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심사위 구성 과정에서 학부모회 회장이 심사위원에서 배제됐다.

    이 사실을 안 나머지 두 명의 학부모대표(외부 심사위원)가 철회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결국 영림중의 학교 심사위는 학부모대표 3명이 모두 빠진 상황에서 친전교조 성향이 대부분인 11명의 나머지 심사위원들만으로 심사를 계속했다.

    의혹 4. 원칙을 무시한 심사, 서류심사 탈락자 5명 중 3명은 교감자격보유자

    심사과정에서도 의혹은 계속됐다. 영림중의 교장공모에 참여한 후보자는 모두 14명이었다. 학교 심사위는 1월 14일 첫 회의 후 5명을 탈락시켰다. 그러나 교육청의 교장공모 예시안에는 서류탈락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공모에 참여한 이들에게 심층면접과 학교경영설명회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었다.

    탈락한 후보들이 항의하자 심사위는 황급히 탈락후보들에게 심층면접과 경영설명회 기회를 주기로 방침을 바꿨다. 결정을 번복한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에도 이어졌다. 서류심사에서 탈락한 후보 중 3명은 학교경영설명회에 불참했다.

    심사위가 스스로 결정을 번복했다면 후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원점에서 재검토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탈락후보들을 경영설명회에 참여시키면서 기존 서류평가점수를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결국 탈락후보 중 3명은 공모참여를 포기했고 설명회에 참여한 다른 한 명은 심사과정에 대한 항의만을 하고 자리를 떴다.

    시교육청의 예시안에도 없는 서류심사에서 탈락한 후보 가운데 3명은 교감자격증 소지자(1명은 현직 타 학교 교감)였으며 1명은 음악중점학교 운영에 적합한 음악교과 중견교사였다.  

    의혹 5. 교장, 교감, 교사들도 모르게 이루어진 교육청 조사

    1~3위 후보 모두를 전교조 소속 평교사로 추천한 후, 학부모회장의 진정을 비롯해 심사과정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서울시교육청의 특별조사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시교육청의 특별조사가 있었던 1월 25일, 학교에는 교사가 없었다.

    24일부터 25일까지 전 교사가 외부연수를 떠났기 때문이다. 학교를 찾은 시교육청 조사팀은 학교에 남아있던 친전교조 성향 심사위원들의 말만을 듣고 돌아갔다.

    이후 시교육청은 이들 심사위원들만의 의견을 근거로 영림중의 심사과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영림중 학부모회 임원들은 14일부터 한국교총이 주최하는 내부형 교장공모 불공정 규탄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16일 교과부 앞에서 열리는 침묵시위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규틴집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전교조 선생님이라고 해서 반대하는 것 아닙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의혹이 가득한데 그 과정을 통해 임용되는 분을 교장선생님으로 존경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