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월드컵 5차대회 남자 500m서 첫 1위
  • 4살 때 국경을 넘었다. 범죄였다.
    왜 가야하는지도 모르고 캐나다 밴쿠버에서 미국 시애틀로 하룻밤 만에 국경을 넘었다.
    밀입국자 신세였던 그와 가족은 메릴랜드 인근에서 초밥 식당을 해 생계를 꾸려갔다.
    그러던 2004년 이민정책 규제 완화로 비로소 불법체류자 신분을 벗어날 수 있었다.
    몰래 국경을 넘은지 8년 만이었다.

  • ▲ 조성문(미국명 사이먼 조).ⓒ자료사진
    ▲ 조성문(미국명 사이먼 조).ⓒ자료사진

    어릴 때부터 스케이트에 천부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었다.
    5살 때 스케이트에 입문했다.
    하지만 스케이트를 타기엔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웠다.
    그런 그에게 ‘천사’가 다가왔다.
    미국 쇼트트랙 대표팀을 지도하던 장권옥 코치였다.
    15세에 최연소 미국 쇼트트랙 대표팀에 오르는 영광을 차지했다.
    하지만 천사의 날개에 기대기엔 훈련비용이 너무 부담됐다.
    가난이라는 굴레를 견디다 못해 얼마 뒤 결국 스케이트를 벗었다.

    방황의 날들이 이어지고 있을 때 그를 돕겠다고 나선 사람은 다름 아닌 '안톤 오노'였다.
    그가 국가대표에 재도전할 때까지 숙식비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솔트레이크에서 쇼트트랙 클럽을 운영하던 한국 대표선수 여준형 코치는 그를 1대1로 가르쳤다.
    기나긴 공백 기간과 짧은 연습 기간에도 불구하고 2009년 9월 열린 미국 쇼트트랙 대표팀 선발전서 500m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악몽이었던 밴쿠버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미국 대표팀으로 출전했다.
    그리고 남자 50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땄다.
    가난과 싸워 이긴, 불법체류자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일군 그가 1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5차대회 남자 500m에서 42초157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꿈이 금메달을 목에 맨 그는 올해 20살의 조성문(미국명 사이먼 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