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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반정부 시위 사태가 4일 11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반정부 시위대는 이날을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일(Departure Day)'로 선포하고 전국적으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집트 반정부 시위의 메카로 떠오른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는 이날 이슬람 모스크에서 금요 기도회를 끝낸 시민들이 정오를 전후한 시각부터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집트 국기를 흔들며 도심의 타흐리르 광장으로 모여든 시위대는 "오늘은 마지막 날", "오늘은 경축일", "떠나라, 떠나라, 떠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1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시위대의 행렬은 나일 강을 가로지른 `카스르 알-나일' 다리로부터 타흐리르 광장까지 1㎞ 이상 이어졌다.
이날 타흐리르 광장에는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이 모습을 나타내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고, 일부 시민은 그를 향해 "우리는 당신이 대통령이 되길 원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와 관련, 이집트 외무장관을 지낸 무사 사무총장은 이날 프랑스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통령 선거에 나설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나는 당연히 내 조국을 위해 봉사할 의무가 있다"며 대선 출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모하메드 탄타위 국방장관 겸 부총리가 군 병력에 둘러싸인 채 타흐리르 광장을 직접 방문, 무바라크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실을 환기시키면서 반정부 시위대에 자제를 호소했다.
그는 또 이집트의 최대 야권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에도 정부와의 대화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오마르 술레이만 이집트 부통령도 전날 국영TV 연설을 통해 대통령 일가의 대선 불출마와 무슬림형제단과의 대화 등 사태 수습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무슬림형제단의 모하메드 바디에 최고지도자는 이날 알-자지라TV와의 인터뷰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사임한 뒤에 정부 측과의 대화에 응하겠다며 `선 퇴진, 후 대화' 안을 제시했다.
1년 전 무슬림형제단의 8대 지도자로 선출됐던 바디에는 "우리의 요구는 단 하나"라며 "그 요구가 충족되어야만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야권의 핵심 지도자로 떠오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날 무바라크 대통령에 명예 퇴진을 재차 요구했다.
엘바라데이 전 총장은 "국민은 새 국가에서 민주주의를 원하고 있다"며 "우리는 자유가 쟁취될 때까지 시위를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반정부 시위는 카이로뿐 아니라 이집트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와 수에즈, 이스마일리아, 포트 사이드, 만수라, 다만눌, 칼루비야, 엘 아리쉬 등 거의 모든 주요 도시에서도 열렸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과 3일 반정부 시위대와 외국 기자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던 무바라크 지지자들은 이날 타흐리르 광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모여 무바라크 대통령을 옹호하는 모임을 가졌으나 반정부 시위대를 조직적으로 공격하지는 않았다.
지난 1일 밤 대국민 연설을 통해 차기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약속했던 무바라크 대통령은 3일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물러날 의사가 있지만, 국가적 혼란을 우려해 사임하지 않겠다"며 임기 중 중도 사퇴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 상원은 같은 날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과도정부 구성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그의 사임을 압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