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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설”날이었습니다. 고향을 북에 두고 38선을 넘어, 남한에 와서 살게 되지도 어언 60여년, 우리들의 귀에 명절 때마다 ‘귀성’이니 ‘민족대이동’이니 하는 엄청난 낱말들이 자주 들리지만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여겨집니다. 돌아갈 고향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임이 확실합니다.
그런데 신정이라 하여 1월1일을 기쁨으로 맞은 지가 며칠 되지도 않는데 또다시 구정이라는 명칭의 설날을 맞는다는 것은 매우 이치에 어긋난 일이라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가 없습니다. 지도층 인사들은“할 일이 많아서 눈, 코 뜰 사이가 없다”면서 왜 또 신정을 권력의 차원에서 다시 부활시켜 선진국, 문명국의 반열에 끼어들고자 안간힘을 쓰던 대한민국을 왜 또다시 뒷걸음질하게 하는 것인지, 나는 그 까닭을 알 수가 없어서 속이 상합니다.
공휴일을 줄이기 위하여‘유엔의 날’을 없이하고 노태우시절에는 그 빛나는 ‘한글날’을 공휴일이 아닌 날로 만들었습니다. 신정은 신정이라서, 구정은 구정이라서, 추석은 한가위라서, 일천수백만의 많은 한국인들이 이른바 ‘민족의 대이동’을 한다고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이 보입니다. 그렇게 된 것도 정치인들의 권모술수 중의 하나인 이른바 ‘포퓰리즘’아니겠습니까. 유권자들에게 표 많이 얻어서 다음선거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고.
국민에게 기쁨을 주는 것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무료급식을 왜 반대하겠습니까. 정말 복지국가가 되어 국민에게 밥도 거저 먹이고 옷도 거저 입히고, 전기료, 수도료도 물지 않는 나라가 되게 하는 것을 왜 못 마땅하다 하겠습니까. 소련과 동구권이 그렇게 만든다고 장담하다 결국은 망한 것 아닙니까.
돈이 없어서 그래요. 정치꾼들은 생색내기 위해, ‘장밋빛 구름이 흐르는’ 대한민국을 약속하는지 모르겠지만, 민주주의로 한반도를 통일하고 독재자요 폭군인 김정일이 꺼꾸러지기 전에는 그런 허황한 소리만 하여 선량한 백성을 미혹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