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선수들 공부 않고 연습만 하는 풍토 개탄
  • 차범근(58) 전 수원 삼성 감독이 대표팀 은퇴 선언과 함께 태극마크를 반납한 박지성(30)에게 대표팀 선배이자 인생의 선배로서 한국 축구계의 고질적 풍토를 개선하는데 제 몫을 못한 데 대해 안타까운 속마음을 전했다.

    "무릎에 물이 많이 차는 모양입니다. 무릎을 너무 많이 쓴 것이 그 이유입니다. 그것도 무리하게 어려서부터..."

    차 감독은 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 C로그'를 통해 "지성이가 은퇴합니다. 아니 한다고 합니다""지성이가 은퇴한다고 하는 상황은 당연히 해야 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나 자신의 무능과 무책임함이 그 배경에 있기 때문에 어렴풋이 느끼는 미안함이 아니라 가슴속에 뭔가가 콕 박혀 들어오는 아픔으로 다가왔습니다"고 속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무릎에 물이 많이 차는 모양입니다. 무릎을 너무 많이 쓴 것이 그 이유입니다. 그것도 무리하게 어려서부터"라며 "초등학교 선수가 기초 공부조차도 하지 않고 축구만 하는 나라. 10세도 안 되는 선수들도 하루에 세 번씩 프로선수들처럼 훈련을 하는 현실. 정말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걱정스러웠습니다"고 적었다.

    차 감독은 이어 "내가 그럴만한 힘을 가지지도 못했지만 나는 이런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바꾸려고 나서지조차도 않았습니다"라"그저 어린이 축구교실을 만들어 즐겁게 축구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게 겨우 내가 한 일이었습니다"고 자책했다.

    그는 또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공개적으로 글을 써서 몇 마디 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당연히 바꾸어 져야 하고 너무 오래된 악습이기 때문에 강력한 방법이 없이는 변화를 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나는 내가 그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내가 입어야 하는 이런 상처들을 '꼭 해야할 일' ,'한국축구에 꼭 필요한 변화'와 바꿀 만큼 나는 용기가 없었습니다"고 고백했다.

    비교적 늦은 나이인 중학교 3학년이 돼서야 축구를 정식으로 시작했던 게 축구를 오래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고 밝힌 차 감독은 "그동안 내가 한국축구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스스로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지성이의 은퇴는 나에게 묻습니다. '한국축구를 아끼고 사랑한다고? 그래서 후배들에게 해준게 뭔데?' 나의 용기없음이 비겁함이 부끄럽습니다"고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