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대 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두 남매가 서로의 생사와 존재조차 모른 채 미국에서 헤어져 살다 페이스북을 통해 37년 만에 기적처럼 해후했다.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는 페이스북을 통해 가족임을 확인한 스티브 이만과 샐리 블루(38) 남매의 기막힌 사연을 28일 소개했다.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스티브는 지난해 8월, 아내와 2개월 된 아들이 잠든 어느 날 밤 문득 오래된 사진첩을 꺼냈다.

    어린 시절 자신의 사진을 보던 그는 생사조차 모르는 누나의 존재를 떠올리며 이제껏 만난 적 없는 혈육을 찾기로 했다.

    이들 남매의 사연은 이렇다. 주한 미군이었던 아버지는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창말'(Chang-mal)이라는 곳에서 샐리를 얻어 8개월간 유모의 도움을 받아가며 길렀다.

    가족이 함께 미국으로 가려 했지만, 샐리의 아버지임을 증명하는 서류가 관계당국으로부터 승인이 나지 않자 우선 외할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떠났다.

    스티브가 부모에게서 들은 이야기로는, 당시 유모가 외할머니를 찾아와 샐리가 보고 싶다며 며칠간 데려가겠다고 했지만 결국 돌아오지 않았고 아이도 사라졌다는 것.

    이때 미국에 정착하려 애쓰던 부모의 상황은 여유롭지 않았고 이후 샐리의 여동생인 코니(현재 36세)와 스티브를 낳았다.

    하지만 샐리의 부재는 언제나 가족에게 채워지지 않은 공허함으로 남았다.

    시간이 지나 누나를 찾기로 결심한 스티브는 그 8월의 어느 날 페이스북에 '샐리 이만'이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프로필을 만들어, 갖고 있던 누나 사진 12장을 게재했다.

    이런 결과로 새해 다음날 그는 확인작업을 거쳐 "스티브 맞니? 누나야"라는 샐리의 목소리를 들었다.

    친자확인 검사를 해보자는 그의 말에 샐리는 "나는 내가 누군지 알아, 그런 건 필요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남동생의 존재조차 몰랐던 샐리로서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샐리가 알고 있는 사연은 이렇다. 자신은 9세에 입양됐으며, 미국인과 결혼한 현재의 의붓어머니의 친모가 그 옛날 유모였고, 이 유모는 샐리의 부모가 미국으로 떠나면서 자신을 맡게 됐다는 것이다.

    남동생과 전화로 해후한 날 샐리는 처음으로 딸과 함께 페이스북에 접속해 자신의 어릴 적 사진을 발견하고서는 화면에 남겨진 스티브의 전화번호로 연락했던 것.

    소식을 전해 들은 이들 남매의 어머니는 "미안하다"고 말하며 한참을 흐느껴 울었고, 이들 가족은 웹캠을 이용해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헤어졌던 정황을 제각각 달리 알고 있는 두 사람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가 지금보다 훨씬 부족했던 1974년 당시의 상황이 어땠는지를 꿰맞추고 있다.

    물론 퍼즐 맞추기가 쉽지는 않지만, 가족의 끈은 다시는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LAT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