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성년 매춘 혐의로 수사받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상대인 10대 여성에게 `원하는 대로 해 줄테니 제발 입을 다물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제출한 통화기록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모로코 출신 벨리댄서인 카리마 엘 마루그(일명 루비)에게 전화를 걸어 성매매 의혹에 대한 비밀 유지를 간청한 정황이 밝혀졌다고 이탈리아 뉴스통신 안사(ANSA)가 18일 전했다.

    루비는 지난해 10월 전 남자친구와의 통화에서 "그(베를루스코니)가 나한테 전화해서 말하길 `루비 네가 원하는 만큼 돈을 주겠다. 너를 금으로 덮어주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걸 감추는 거다. 누구에게든 아무 것도 말하지 말아라'고 했다"고 말했다.

    루비는 또 전 남자친구와의 다른 통화에서 그녀와 관련된 사건이 지난 2009년 신문의 머리기사를 장식했던 10대 속옷모델 노에미 레티치아와의 성추문 및 콜걸 파트리치아 다다리오와의 매춘 의혹 등 이전의 두 사건보다 훨씬 더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루비는 통화에서 "내 사례는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고, 다다리오나 레티치아의 경우를 능가할 거다. 나는 실비오에게 500만 유로를 받고 이 사건에서 빠지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베를루스코니는 루비가 17살이던 지난해 2월부터 5월 사이에 돈을 주고 성관계를 가진 혐의를 받고 있으나,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또 자신이 익명의 여성과 지속적인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매춘 의혹은 터무니 없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현행법상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할 경우 징역 3년형에 처해질 수 있으며, 현재 의회가 심의 중인 국제협약이 비준되면 6년형으로 늘어날 수 있다.

    만약 베를루스코니가 소매치기 혐의로 밀라노 경찰에 붙잡힌 루비를 석방시키기 위해 권력을 남용한 혐의가 확인되면 12년형까지 받을 수 있다.

    여당인 자유국민당(PdL)의 다니엘레 카페쪼네 대변인은 이탈리아는 경찰 국가이며 베를루스코니는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검찰 수사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했고, 자유국민당의 하원 원내대표인 파브리치오 치치토는 "검찰이 군대식 전격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도좌파 야당인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이탈리아의 수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