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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준설선 흡입구엔 쓰레기 걸리기 일쑤
타이어, 비닐, 드럼통에 방치된 그물도 나와
준설선 관계자 “경제 손해 크지만 강 청소 보람도”
“저기 걸린 게 뭐야. 또 타이어잖아!”
해가 지평선 너머로 숨어들어가는 오후 5시 매서운 칼바람 속 준설선 갑판위에 탄식이 쏟아졌다. 수중준설선이 모래를 흡입하다 멈춘지 벌써 몇 번째인지 셀 수도 없다. 경남 창녕군과 함안군에 걸쳐 있는 함안보 건설현장 하류 낙동강 18공구의 수중준설선은 벌써 야간교대조가 투입돼 작업을 시작했다. -
- ▲ 준설선 흡입구가 쓰레기를 떼내기위해 수면 위로 들어올려져 있다. 작업자가 타이어를 먼저 떼내고 다른쓰레기를 떼기위해 조종기사에게 작동신호를 보내고 있다.
준설선은 강 한가운데 300m쯤 떠 있었다. 강가에서 모터보트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다가갔다. 10일 새벽부터 10시간째 작업중인 준설선의 열기도 차가운 강바람에 얼어붙었다.
준설선 2층 조종실 작업자들의 눈빛은 지친 기색도 없이 반짝였다.“우측 게이지 바늘이 내려가네~ 회전 스톱!”
압력 게이지 두개중 우측은 흡입구이상, 좌측은 토출구 이상을 감지한다.
조종 기사가 강바닥에 박혀있던 준설선 호스 흡입구를 기중기로 들어 올리며 갑판 작업자에게 손짓했다. 직원 한명이 조심스럽게 ‘라다(준설선에서 호스를 매달아 고정시키는 기중기 다리)’ 끝으로 갔다. -
- ▲ 준설선을 운영하는 거해산업 신창기 대표(오른쪽)가 작업자와 함께 준설선 모래흡입구에서 떼어낸 쓰레기를 정리하다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흡입구가 완전히 물 위로 올라왔다. 영화에서 본 듯한 터널굴착 기계와 비슷한 회전날이 보였다. 섬광이 번득이듯 하는 회전날 사이에 뭔가 걸렸다. 타이어였다. 직원이 타이어를 능숙하게 떼어냈다. 조종기사에게 신호를 해 날 위치를 바꾸자 찢겨 끼어있는 철판이 보였다. 드럼통이다. 사다리끝에서 날에 박힌 드럼통을 빼내는 직원이 곡예하듯 아슬아슬해 보였다.
20분쯤 작업을 마친 뒤 흡입구는 다시 물 속으로 잠겼다.
한동안 작업하다 또다시 스톱!.
“아이고, 이번엔 또 뭐야~”
준설업체 거해산업 신창기 대표의 얼굴에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번엔 농업용 비닐더미와, 마대자루가 날을 감싸고 올라왔다. 일부러 휘감은 듯 견고해보였다.
이렇게 수년 혹은 수십년 강바닥에서 잠자던 쓰레기준설선 날에 감겨 하나씩 하나씩 햇빛을 보았다. 이것들이 오랜시간 강바닥에서 물고기 숨통을 눌렀을 것이다.
강바닥을 지그재그로 하루 가로 세로 40m씩 훑는다. 이렇게 뽑아내는 모래가 퇴적이 심한 곳은 4~5m나 된다. 모래 속에 파묻힌 수십년 쓰레기는 이 과정에서 흡입구에 걸려 올라온다.준설이 목적이지만 이렇게 덤으로 강바닥을 훑다 건져 올리는 쓰레기는 하루 대형 마대자루 4개다. 처음엔 10자루도 됐지만 지금은 줄어들었다.
20시간 풀가동해야하는 준설선이 15시간만 돌아가고 나머지는 회전 날에 엉켜붙은 쓰레기 를 떼 내는 시간이다.
경제적인 손실도 막심하다.
“하루 기름값 500만원 이상이 먹어요. 쓰레기 떼는 동안도 엔진은 돌아가니 하루 작업시간 4분의 1은 공중으로 사라지는 셈이에요. 준설을 조금더 앞당길 수 있는데 아쉽죠” 신창기 대표가 볼멘소리를 했다.그러면서도 신 대표는 이렇게 걸려나오는 쓰레기가 귀찮지만은 않다고 했다. “강바닥에 몰랐던 쓰레기가 이렇게 많은데 이번에 청소 안하면 누가 하냐”는 생각에서다.
4대강사업이 아니었으면 수중준설도 안 했을테고, 비닐에 갇힌 물은 썩어가고, 드럼통의 기름찌꺼기는 서서히 강물을 오염시켰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모래대신 쓰레기가 나오더라도 마냥 짜증만 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
- ▲ 수중준설선. 오른쪽 원 안은 실시간으로 탁도를 재 원격으로 송신하는 탁도측정기이다.
신 대표는 “내가 아니면 이 쓰레기 하류로 내려가 바다로 갈 것 아닌가. 4대강 사업을 무작정 반대하는 사람들도 이렇게 모래치우고 쓰레기 청소까지 하는것 보면 반대 소리 못할 것”이라고 언 손을 비비며 한마디 던졌다.
둔치로 뽑아올린 모래물, 수십m만 흘러가면 맑아져
이 회사 신창기 대표는 “4대강 준설을 하면서 5대를 만들면서 100억원 가까운 비용을 투자했다. 20시간 풀가동을 해야 짧은 사업기간 수지가 맞는데 쓰레기때문에 작업시간이 자꾸 중단 돼 걱정”이라며 경제적인 손실이 더 커질까 우려했다.
이 회사 이광민 과장도 “포탄이 안 나온 게 신기할 정도로 생각지 못한 별난 쓰레기가 다 나온다”고 작업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옆에 점검을 나온 GS건설 채종덕 부장도 “강바닥 준설현장에 올 때마다 ‘수십 년 묵은 쓰레기를 모르고 지나갈 뻔 했구나’ 아찔한 생각이 든다”면서도 “한편으로 반대 단체가 거꾸로 쓰레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이 문제라고 앞뒤 안 맞는 주장을 할까봐 괜한 걱정도 든다”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격이 이런 것 아닌가 싶었다. 지난해 금강에 무단투기 된 쓰레기 발견, 낙동강 불법 매립토 발견, 각종 농업쓰레기 청소 때마다 반대단체가 ‘4대강사업 덕분에 쓰레기도 치우게 된다’는 점보다는 ‘4대강 때문에 쓰레기가 있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큼 언론의 이슈가 됐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준설선 제작에 약20억원...10개월 걸려
수중 준설선은 어떤 ‘배’일까.
선박이라기보다는 넓이 10m 길이 30m정도의 바지선 같은 구조에 기관실엔 2600마력짜리 또는 5000마력짜리 엔진이 설치돼있다. 엔진은 흡입구 앞의 회전날을 돌리고, 수압을 가하는 일, 빨아올린 모래를 강철관을 통해 둔치로 밀어내는 동력원이다.
흡입구에서 수압을 가해주고 회전날을 돌리는 이유는 단단한 강바닥을 흔들어 물과 함께 흡입이 쉽도록 하기 위해서다. 단단한 흙이나 모래덩어리가 부서지는 동시에 물과 함께 직경50cm의 강철관으로 빨려 들어간다. 물과 모래는 1km정도 구불구불 이어진 강철관을 통해 둔치에 마련된 투기장으로 쏟아져 나온다. 2600마력짜리 엔진을 단 준설선은 강철관 길이 2km까지 준설토를 뿜어낼 수 있고, 5000마력짜리 엔진으로는 4km까지 가능하다.
1층엔 기계실이 있고, 2층엔 조종실이 있다. 작업 궤적은 컴퓨터 모니터에 일목요연하게 표시된다. 지형지물이 없는 강바닥에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작업 영역은 모두 GPS로 관리된다. 위성 정보로 작업 궤적과, 준설 깊이 등을 관리한다.준설깊이, 작업위치 위성으로 관리
토출구로 쏟아져 나온 모래가 투기장에 쌓이면 포클레인으로 바로 임시적치장에 쌓는다. 모래와 함께 섞여나온 물은 비교적 맑다. 그러나 점토가 많이 섞인 퇴적토를 준설할 땐 부유물이 상대적으로 심하다. 이 부유물은 가로 세로 60m의 웅덩이 3개를 거쳐 가면서 상당부분 가라앉는다. 이 웅덩이가 ‘침사지’다. 침사지를 나와 다시 둔치를 따라 길게 난 도랑인 침사로 500여m를 내려가면서 나머지 부유물도 거의 가라앉아 본류 원래 강물에 가깝게 맑아진다.
준설선은 보통 바지선 정도의 규모이다. 지금도 댐이나 강에서 ‘유지준설’을 한다. 그렇지만 4대강 사업 같은 중요한 공사엔 전문 준설선이 필요하다. 이 전문 준설선은 조립하는데 10개월이 걸린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어 예인을 한다. 이 강에서 저 강으로 옮길 때는 분해해서 이동시킨 뒤 다시 조립하는데 이 과정에 약 5억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침사로 500m...수십m만 가면 맑아져
지난해 가을 MBC방송을 통해 수중준설토 흙탕물을 낙동강에 쏟아낸다는 보도도 있었다. 수중준설선이 실제로 흙탕물을 일으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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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중준설토가 물과함께 최초로 쏟아져나오는 투기장. 토출구에서 쏟아진 모래 물이 수십미터만 가면 아라앉아 맑아진다.
GS건설 채종덕 부장은 “수중준설토 투기장에서 침사로를 따라 본류로 물이 나오는 동안 흙탕물은 다 가라앉는다. 포클레인으로 준설하는 것보다 직접 바닥에서 모래를 빨아들이기 때문에 준설과정에서도 수중 부유물질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탁수 측정을 실시간으로 한다고 했다. 실제 준설선 근처에도 태양광 발전기를 단 실시간 오염측정기가 설치돼 있었다.
수자원공사 4대강살리기 경남1지구건설단의 김진 차장은 “이중 삼중 오염방지시설을 한데다가, 준설선 자체에서 기름 한 방울이 나오더라도 차단할 수 있는 차단막이 준설선 둘레를 감싸고 있다”고 알려줬다.
우기를 피해 최대한 수중공정을 마쳐야하는 4대강현장은 살얼음이 사각거리는 속에서도 밤을 잊고 기계와 씨름하고 있었다. -
- ▲ 준설토 투기장에서 가로 세로 60m의 연못인 침사지 세곳을 거쳐 나온 물이 본류로 들어가기전에 흘러가는 침사로. 투기장 옆인데도 물이 벌써 맑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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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해산업 신창기 대표가 위성신호를 이용해 기록된 작업 궤적 화면을 설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