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병원 근무의사 '체코엑소더스' 위협
  • 체코의 공립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가운데 5분의 1에 해당하는 3천800명이 임금 인상과 공립병원 운영 개선을 요구하며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오는 3월1일자로 병원을 떠나겠다고 위협하고 있어 체코 공공의료체계의 혼란이 우려된다.

    정부와 병원측에선 이들 의사가 대부분 사표를 철회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나, 종양학 의사 페터 팝(31)은 임금 인상이 거부될 경우 영국이나 아일랜드 병원에서 일자리를 찾아보고, 여의치 않으면 차라리 의료계를 떠날지언정 복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감사합니다. 사직합니다"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들 의사가 실제 집단사직을 강행하면 체코 전국의 공립병원 수십 곳중 문을 닫는 곳도 생기고 환자들의 수술대기 시간도 길어지는 등 공공의료체계가 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현재 야근비와 초과근무 수당까지 합해도 평균 약 5만코루나(290만원)인 의사 월급을 7만코루나로 올리고 수련의도 3만5천코루나로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불필요한 장비와 의약품 구매비 등을 아끼면 필요한 재원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체코 보건부측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지출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대폭적인 임금인상 재원이 없다는 입장이 단호하다. 다만 내년 의료체계 개혁 후 인상을 약속했다.

    페터 팝은 11년에 걸쳐 의대 공부와 수련의 과정을 마치고도 한달 수입 2만코루나의 벽을 깨본 적이 없다며, 자신의 시간당 임금 88코루나는 학생 때 했던 냉동닭에 딱지를 붙이는 아르바이트의 시급에 비해서도 2코루 적다고 지적했다.

    "친구들중에 양철공, 요리사도 있는데 밖에서 만나면 그들이 대신 돈을 내주며 '넌 의사밖에 안되잖아'라고 말한다"고 팹은 dpa통신과 인터뷰에서 자조했다.

    체코 수도 프라하에선 지난해 10월 독일의 31개 병원과 오스트리아 전문병원 한곳이 참여한 의료진 채용 박람회가 열려 5천여명의 체코 의사와 간호사들이 참여했다. 이 행사를 주최한 측은 오는 5월에 또 같은 행사를 열 예정이다.

    독일 치타우 병원에서 5년간 마취의로 일한 후 2008년 가족문제로 귀국한 이바 베라노바는 최근 병원 마취 전문의로 복귀하는 대신 개인병원을 열었다.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면 병원으로 돌아갈 수도 있지만 독일 병원이지 여기는 아니다"고 그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