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브 美대사 "묵시적이든 명시적이든 허락한 듯"“의미 있는 증거 없어...DJ, 반정부 상징으로 떠올라”
  • ▲ 김대중 납치사건에 대한 미 국무부 비밀전문.ⓒ시크릿 오브 코리아 캡처
    ▲ 김대중 납치사건에 대한 미 국무부 비밀전문.ⓒ시크릿 오브 코리아 캡처

    지난 73년 일본에서 발생한 김대중 납치사건에 대해 미국정부는 '박정희 대통령 승인 하에 명백히 이후락의 지시로 중앙정보부에 의해 저질러진 사건'으로 파악했던 것으로 미국무부 비밀전문을 통해 드러났다
    비밀전문은 필립 하비브 주한 미국대사가 DJ 납치사건 두 달 뒤인 73년 10월 10일 'DJ 납치사건 전모'라는 제목으로 미국무부에 타전된 것으로 배포가 엄격히 제한된 극비문서였다.
    재미 블로거 안치용씨가 자신의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 소개한 이 비밀전문은 섹션 1, 2로 나누어졌다. 모두 14개항에 이를 정도로 장문의 전문으로 DJ납치사건에 따른 상황, 한일관계, 국내 파급 영향, 정치인 동향, 권력 내 역학관계 등을 담고 있다.

    하비브 대사는 이 전문 2항 'DJ 납치사건에 따른 현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현재도 이 사건에 연관되지 않았다는 사건 초기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추가조치에 앞서 사건에 대한 조사가 완결돼야 한다는 선조사 후조치를 강조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하비브 대사는 바로 아래 문장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관련성을 언급했다.
    그는 “김대중 납치사건은 아마도 묵시적이든 명시적이든 간에 박대통령의 승인아래 명백히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의 지시로 중앙정보부에 의해 저질러진 것”(IN ACTUAL FACT, THE KIDNAPPING WAS THE ACT OF ROK CIA, CERTAINLY UNDER THE DIRECTION OF YI HU-RAK AND, PROBABLY WITH EITHER EXPLICIT OR IMPLICIT APPROVAL OF PRESIDENT PARK)이라고 단정했다.

    하비브 대사는 이 문장 첫부분에 'IN ACTUAL FACT'- '실체적 진실' 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뒤 이후락의 지시부분을 언급한 대목앞에는 'CERTAINLY' - 확실히 , 박대통령의 승인 부분을 언급한 대목앞에는 'PROBABLY- 아마도‘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하비브 대사는 '아마도'라는 단어를 사용한 뒤 '묵시적이든 명시적이든 간에 박정희 대통령의 승인'이라고 언급함에 따라 박정희 대통령의 승인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을 뿐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리가 의미 있는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하비브 대사는 “한국 정부는 김대중 납치사건으로 피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를 것이며 박대통령의 지시 여부에 관심이 커지고 있고 박 정권에 대한 반대시위가 있지만 정권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보고했다. 또 “이후락 대 김종필-박종규 간 알력이 심해지고 있고 한일관계와 한국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또 김대중은 납치사건으로 인해 그 이전보다 더 박 정권 반대세력의 상징으로 부상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