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부능선 넘은 보, 격전의 현장 기록 - 한강 이포보‘위선적인’환경단체와 한판 전쟁... '41일간의 악몽'농성자, 비상용 무전기 줬더니 현장감시 악용“맞불시위 여주군민 없었다면 공사현장 못 지켰을 것”

  • 본격적인 4대강 공사시작 1년을 맞으며 보 공정이 평균 7부 능선을 넘었다.  한겨울에도 일부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장을 찾아 숨가쁘게 걸어온 지난 1년, 못다 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포보 불법 점거농성자 내려올 때 생생한 모습 보세요. 그들 뒷바라지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밥 안줬다고 인권위에 고발까지 당했어요"

    여주 이포보 현장의 대림건설 윤효창 부장은 지난 여름 41일간 본업을 제쳐두고 무단점거 뒤치다꺼리에 시달린 얘기를 꺼내며 억울함부터 호소했다.

    2010년 7월 22일 새벽 여주군 대신면 이포보 현장, 20여명의 환경단체와 4대강 반대매체 기자 등이 수풀이 우거진 둔치를 헤치고 접근해왔다. 보 가동보 수문 공도교에 올라간 이들은 강물 한가운데 서 있는 두번째 수문기둥에 3명을 올려놓고 공사용 사다리를 무단 철거했다. 나머지 20명은 인근 장승공원에 천막을 치고 응원농성을 시작했다. 보에 올라간 3명은 식량과 발전기, 발전기용 연료, 휴대전화, 플래카드 등을 치밀하게 챙겼다. 41일간 '이포보 싸움'은 이렇게 새벽 기습으로 시작됐다.

  • ▲ 1월 6일 이포보 풍경. 환경단체가 불법점거했던 권양대 위로 공도교 상판이 연결돼 있다.
    ▲ 1월 6일 이포보 풍경. 환경단체가 불법점거했던 권양대 위로 공도교 상판이 연결돼 있다.

    이포보가 점거되자, 현장은 갑자기 반대단체의 ‘성지’가 됐다. 창조한국당의 유원일 의원은 첫날부터 응원군을 자처했고, 민주당의 김진애 의원도 불쑥 찾아와 농성자를 내려오라고 하기는커녕 현장관계자만 질책했다. 유원일 의원은 보 위의 불법점거자에게 휴대전화를 연결해 하나하나 돌아가며 격려전화를 하기도 했다. 일일이 손을 흔들고 웃으며 대화하기까지 해 현장관계자들의 속을 뒤틀어놓았다. 불난집에 부채질이 따로 없었다.

    야당의원 수시로 찾아와 불법 점거농성 격려

  • ▲ 창조한국당 유원일의원이 불법 점거 농성 첫날 현장을 방문 농성자에게 전화를 걸어 격려하고 있다.
    ▲ 창조한국당 유원일의원이 불법 점거 농성 첫날 현장을 방문 농성자에게 전화를 걸어 격려하고 있다.

    "정치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시위를 풀라고 권유하기는 고사하고 격려를 했다. 그 뒤 야당의원은 약속이나 한 듯 앞다퉈 방문했고 환경단체, 갖가지 이름의 단체, 종교인들까지 포함하면 41일간 만 명이상 다녀갔다" 대림산업 장재헌 현장소장도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당시 장마철이라 수중공사를 멈추고 공도교나 골조공사를 해야 하는데 그 곳을 점거하고 있으니 귀중한 시간 한달 이상 허비한 것이다.

    당시 환경단체는 현장에서 농성자에게 밥을 안준다고 비난 한 적이 있었다. 장재헌 소장은 이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식사를 줘라, 무전기를 보내달라 하며 소동을 빚은 적이 있었다. 식사도 잘 줬다”며 “무전기도 비상용으로 제공했었지만 이들이 권양대 꼭대기에서 공사현장을 내려다보며 감시용으로 쓰길래 회수한 것”이라며 어처구니없어했다.

  • ▲ 8월 31일 생생한 모습으로 농성장인 권양대를 내려오고 있는 환경단체회원들.
    ▲ 8월 31일 생생한 모습으로 농성장인 권양대를 내려오고 있는 환경단체회원들.

    한편 대림윤효창 부장은 시위를 계기로 주민들의 성원을 크게 감사했다.
    불법점거 당시 여주 군민들은 첫날 9명이 환경단체 시위에 대항했다. 점차 불법시위 응원 외부인들이 늘어나자 주민들은 내 일처럼 나섰고 날이 갈수록 그 숫자가 늘었다. 이들은 환경단체가 진을 치고 있는 장승공원에 달려가 떠날 것을 요구했고, 환경단체가 24시간 밤샘시위를 하면 근처에서 함께 24시간 감시를 했다.

    환경단체가 장승공원에 음식물쓰레기를 파묻은 현장을 찾아낸 것도 주민들이었다. 여주군민들은 이 사건 이후로 “환경단체의 위선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단체가 음식물 쓰레기를 강가에 묻어버린 사건 이후 환경단체의 도덕성은 크게 떨어져, 점점 힘을 잃어갔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환경단체는 8월 31일 농성을 풀었다.

    주민들 “쓰레기청소 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

    이런 난리끝에 공사를 재개한 이포보는 고생을 보상이라도 해주려는 공사는 착착 진행돼 지금은 시위자들이 방해했던 공도교 상판이 모두 연결됐다.
    하천도 깨끗해졌다.

  • ▲ 장재헌 대림건설 이포보 현장소장.
    ▲ 장재헌 대림건설 이포보 현장소장.

    장재헌 소장은 "이곳엔 비만오면 비닐더미, 술병, 밥솥, 심지어 냉장고까지 둥둥 떠내려왔던 지역이다. 준설공사를 하면서 갖은 쓰레기를 청소했더니 주민들은 4대강 안해도 쓰레기만 치운 것도 훌륭한 일이라고 칭찬해준다“고 주민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현장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 구간엔 쓰레기가 많았다. 준설구간에서 수경재배용 비닐 등 각종 농업 쓰레기는 포클레인으로 아무리 파도 끝없이 나오는 듯 했다. 폐타이어도 강바닥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장재헌 소장은 “승용차타이어는 들고 나오기라도 하지, 포크레인같은 중장비 타이어를 어떻게 들고 와 버렸는지 대형쓰레기가 엄청나 청소에 애를 먹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쓰레기청소 외에 홍수위험 감소가 큰 성과다.
     ‘여주’는 원래 ‘아름다운 고장’이라는 뜻이다. 예로부터 햇볕이 좋아 모든 곡식이 잘되던 곳이었었다는 사실은 주민들은 이미 잘 안다. 다만 퇴적이 너무 심해 홍수때 위험한게 가장 문제였다. 이곳은 실제로 지난 2006년 태풍 웨이니아 때 이포대교가 넘치기 직전까지 물이차 주민들이 마음을 졸였다.

  • ▲ 윤효창 대림건설 이포보 공사부장.
    ▲ 윤효창 대림건설 이포보 공사부장.

    큰비가 내리면 크고작은 하천이 범람해 곡창지대인 여주의 논과 고구마밭 땅콩밭을 삼켰다. 가뭄이 들거나 우기가 지나면 강바닥을 드러나 잡목수풀 같았다. 많은 농경지가 하늘만 쳐다보고 있어야하는 처지였다.

    남한강 살리기는 그래서 홍수방지와 수자원확보가 가장 시급했다. 이포보가 위치한 한강 3공구는 여주군 대신면 천서리에서 당산리까지 9km구간에 퇴적토 942만㎥를 준설하는 것이 주요 사업이다. 지금까지 797만㎥의 토사를 퍼냈다. 준설이 끝나면 홍수위가 평균 0.4m내려가게 된다. 또 이포보로 수자원 1400만㎥도 확보된다.

    이뿐이 아니다. 이포보 바로 위 당남지구엔 스포츠캠핑존이 생긴다. 이곳엔 축구장,야구장 등 스포츠시설이 들어서 수도권 시민의 인기 명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 당남지구 앞 당남리섬엔 ‘가족 피크닉 아일랜드’가, 당남지구 상류 여주저류지에도 각종 체육시설과 이벤트 생태하천공원이 조성된다. 저류지 건너편 계신, 복대지구엔 생태학습장이 들어선다. 가장 위 양촌지구엔 최대한 자연경관을 살린 하천 수변공원이 꾸며진다.
    쓰레기천지에 홍수가 잦았던 강이 완전히 바뀌는 이 같은 계획에 ‘1000년 만에 한번 온 여주 발전기회’라며 한껏 기대를 품던 여주 군민들이 반대단체에 맞서 여주를 지켜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반대단체는 “철새 안 온다” 주민들은 “벌써 너무 많아” 걱정

  • ▲ 3공구 현장인 여주군 대신면 양촌리에서 하늘을 나는 오리떼.
    ▲ 3공구 현장인 여주군 대신면 양촌리에서 하늘을 나는 오리떼.

    공사가 끝나지도 않은 지난해 9월 홍수를 겪으며 주민들과 현장관계자들은 다시한번 깜짝 놀랐다. 한시간에 200mm 가까이 쏟아진 비에도 강물은 크게 불지 않았다. 준설로 강바닥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사업이 반쯤 완성됐는데도 홍수예방효과를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자신들의 믿음이 옳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11월 9일 ‘당남지구 생태하천공원'에서 열린 전국 첫 나무심기행사에 주민들 400여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으로도 이 사업에 대해 주민들의 애착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또다른 변화는 올 겨울 들어선 조류도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장재헌 소장은 "강에 왜가리, 오리떼가 눈에 띄게 늘었다. 2010년초 공사준비 단계 때 본 것보다 확연히 달라졌다.  물이 맑아져 먹이인 물고기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심지어 주민들은 철새가 너무 많이 찾아올까 걱정할 정도다. 혹시라도 철새 배설물 때문에 피해를 볼까 해서다"라고 주민들의 분위기를 전해줬다. 환경단체가 생태파괴된다고 억지주장을 하는 사이 한강 살리기 현장 주민들은 오히려 늘어난 새를 보고 새똥 거정을 하는 지경이 됐다는 것이다.

    외국전문가 단골견학 “이포보 원더풀!”

    이포보는 특히 서울에서 가까워 환경단체도 많이 찾았지만, 외국 전문가의 견학도 많았다.
    한국종합기술 이수찬 감리단장은 “일본, 중국 전문가들도 왔다. 몽골이나 동남아 공무원이나 학자들은 견학을 와서 '한국의 강 살리기를 모델로 삼겠다'고 상당한 관심을 표한다. 특히 베트남 관계자들이 특히 관심을 갖더라”며 관련기술 수출 가능성을 예상했다.
    공사돌입 1년, 이포보 현장은 10년 같았던 점거농성 악몽을 딛고 현재 보 공사 65%, 전체 54% 공정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장재헌 소장은 "지체된 공정이 이만큼 진행된 것은 모두 주민들 덕분"이라고 주민들에게 공을 돌리고 "지난9월 폭우 땐 회사 장비를 동원해 농지도 복구해줬다. 겨울 들어서는 사랑의 연탄봉사도 했다"며 기업과 지역이 함께 어울려 역사적인 한강살리기 사업을 잘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했다.

     

  • ▲ 환경단체가 강변에 몰래 묻었다가 발각된 쓰레기들.
    ▲ 환경단체가 강변에 몰래 묻었다가 발각된 쓰레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