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대화공세 목적  
     북한은 ‘핵위기’와 ‘비핵화’라는 양대 전략으로 체제를 유지하는 쪽의 생존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장진성     
     
    북한이 2011년 신년공동사설에서 ‘대화’ 문구를 사용한 이후 1월 1일부터 8일 사이에 벌써 세 번째로 우리 정부에 대화제기를 해왔다. 정부, 사회단체 공동명의로 된 대화촉구에 이어 발 빠르게 ‘조평통’까지 나선 것을 보면 분명 어떤 야심찬 전략을 준비하고 있고, 또 이미 실행 중으로 보여진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북한이 우리 정부의 강경기조에 겁을 먹었기 때문이라 한다.
    혹은 외화원천 확보를 위해 유화전략으로의 유턴 과정이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너무 안일하고 상식적인 해석이라고 본다. 북한의 자존심은 필요 이상으로 절제되고 부풀려져 있는, 즉 김정일 신격화에 뿌리를 둔 ‘주체적 우월감’이다.  

    정권안정이 최선이고 주민안정은 300만이 굶어죽어도 기껏 고난 정도로 치부하는 체제이다.
    그런 미친 정권이 주민들이 굶주린다고 자존심의 고개를 숙이면서까지 먼저 대화를 제안하지 않는다.
    그것도 북한의 추가도발에 몇 배의 보복응징을 공개 선언하고 나선 우리 정부의 강경자세 앞에 말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구상’을 역이용하는 새로운 ‘核 대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과거 십년동안 북한은 햇볕정책을 지렛대로 북핵협상을 포함한 대미전략을 추진해 왔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기 남북화해를 한미갈등용으로 악용하며 그 시간에 북핵을 키워왔지만 그 전략도 한계에 도달했음을 김정일은 이젠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개혁성공의 모델인 중국이란 나라도 상징적 동맹일 뿐, 다가갈수록 시장 확대만 강요하는 사실상 또 다른 악의 근원이다. 김정일의 자주정치가 살아남을 길은 오직 北核 뿐이다. 그런데 북핵을 대미외교로 부각시키는 한편 최대위협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면 시간과 돈이 더 필요하다.  

    식량난은 또다시 300만 대량아사가 발생하지 않을 만큼 국제지원과 방임적 시장화로 관리 조정이 가능하지만 문제는 통치 자금이 고갈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남한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돈을 떠나 적화개념의 견지에서 볼 때 장기적으로 불합리한 구조이다.  

    결국 북한은 ‘핵위기’와 ‘비핵화’라는 양대 전략으로 체제를 유지하는 쪽의 생존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연평도 포격 이후 북한은 평양을 방문한 미국의 리처드슨 주지사에게 국제원자력기구(lAEA) 영변핵사찰 복귀에 합의했고, 1만2000개의 핵연료봉을 남한에 판매할 수 있도록 협상을 원한다고 했다.  

    그것도 국제시세보다 5배로 비싸게 판매하겠다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만약 이런 기사들이 정확한 근거가 있는 사실이라면 북한의 핵정책은 피동적 외교에서 적극적 실행전략으로 진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핵의 군사화와 비군사화 공간을 악용하여 체제이익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계산인 것 같다.  

    이는 미국의 6자회담 목적과 이명박 정부의 현 ‘비핵개방3000구상’에도 외형상 접근이 가능하고, 시간과 돈을 다 같이 얻을 수 있는 생산성 있는 대화주제이다. 또한 그 과정에 저들의 평화적인 핵자주권을 주장할 명분과 논리를 얼마든지 조작해 낼 수도 있는 것이다.  

    북한은 이를 위해 한동안은 평화의 위선자로 둔갑하여 ‘대화’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저들의 최종목표인 ‘핵대화’를 원하면서도 마치 우리 정부와 국민에게 평화를 선물이라도 해주듯 그 대가를 요구해 나설 수도 있다. 우리는 말 그대로 ‘대화’하지만 북한은 ‘대적’한다.  

    남한과 미국을 비롯한 자유민주주의 정부는 임기 내에 협상주제의 결과를 위해 ‘대화’하지만 일인 장기독재 체제인 북한은 큰 전략의 한 과정으로 철저히 ‘기만’한다. 한국 주재 중국 대사가 북한은 큰 것을 잘게 자르는 식으로 대화한다고 표현했듯이 말이다.  

    때문에 북한의 입장에선 군사적 도발도 저들의 전략목표와 협상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한 대화의 또 다른 연장선이기도 하다. 이렇듯 우리는 성급한 결과와 그 실천에 바쁘지만 북한은 항상 전략과 시간적 여유와 활용이 충분하다. 남한이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믿고 금강산과 개성공단에 수조원을 퍼부은 반면 북한은 최소한의 ‘3통문제’도 해결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기의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북한과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무원칙하게 협상에 나설 경우 햇볕정책보다 더 엄중한 실책을 범하게 된다. ‘비핵개방3000구상’ 명분으로 북한과 마주 앉고, 미국과 중국에 등 떠밀려 북핵 대가성의 첫 부담국이 되면서도 6자회담의 주역이 된 듯 국민을 기만하게 되면 대내외적인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장진성 /객원논설위원, 탈북시인 '내딸을 백원에 팝니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