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로 자라 고아 돕던 영웅...1970년대 꼬마들 우상 크리스마스에 ‘타이거 마스크’ 명의로 고아원에 선물소식 알려지자 일본 전국 곳곳서 같은 선행 이어져
  • 다테 나오토(伊達直人)는 고아였다.
    고아원에서 자랐다.
    어느날 동물원 견학을 간 다테 나오토가 호랑이를 구경하고 있을 때 악당 프로 레슬러 양성 조직이 납치와 다름없게 다테 나오토를 스카우트해 간다. 현장에 같이 있던 동갑내기던 루리코는 다테 마사오가 사라지자 당황한다. 하지만 그 후 10여년 동안 다테 나오토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10여년이 흘렀다. 자신이 자란 고아원을 관리하게 된 루리코는 큰 빚을 져 고아원을 빚쟁이에게 넘겨줄 형편이 되었다.
    그때 행방불명이던 다테 나오토가 나타나 빚을 전부 갚아준다.
    그 돈은 다테 나오토가 악역 레슬러 ‘타이거 마스크’로 활약하며 번 대전료였다. 또 조직에 상납해야 하는 돈이었다.
    상납을 못 한 다테 나오토, 즉 ‘타이거 마스크’는 조직의 배신자로 찍혀 여러 차례 위기를 넘긴다.
    잔혹한 반칙으로 ‘타이거 마스크’를 매장하려고 하는 조직에 맞서 ‘타이거 마스크’는 반칙을 안하고 정정당당히 싸워 이긴다. 자신 역시 반칙으로 돈을 벌었지만 자신이 돕는 고아원 아이들은 ‘타이거 마스크’를 정의의 편이라고 믿고 있는 때문이었다.
    물론 아이들은 ‘타이거 마스크’가 다테 나오토인 점을 모른다. 그는 아이들의 꿈을 위하여 반칙을 하지 않고 정통파 레슬러로서 조직의 위험에 맞서 싸운다.

  • ▲ 한국에 소개된 만화 ‘타이거 마스크’.ⓒ자료사진
    ▲ 한국에 소개된 만화 ‘타이거 마스크’.ⓒ자료사진

    40대 후반이면 추억으로 간직할 만화와 애니메이션 ‘타이거 마스크’의 줄거리이다. 1969년부터 방영해 당시 어린이들에게 정의와 용기를 가르쳤던 ‘타이거 마스크’는 일본 원작과 한국에서 소개된 내용이 다르다.
    원작은 최종 결전을 앞둔 ‘타이거 마스크’가 차에 치이려는 아이를 구하고 죽는다는 결말이다. 이에 반해 한국 작품은 눈부신 승리를 거두는 해피엔딩이다.

    지난 연말부터 일본에서 만화 '타이거 마스크'의 주인공을 자처하는 이들의 선행이 이어져 일본 열도를 훈훈하게 해주고 있다. 일본 곳곳에서 타이거 마스크의 주인공 '다테 나오토'를 자처하는 이들이 잇달아 아동상담소(고아원)에 책가방을 보내고 있는 것.
    크리스마스 정오 군마(群馬)현 마에바시(前橋)시 중앙아동상담소 정면 출입구 앞에서 초등학생용 책가방 10개가 들어 있는 빨간색 종이가방이 발견됐다. 종이가방에는 '다테 나오토'라는 이름과 "책가방입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사용해 주십시오"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이 선행이 알려지자 일본의 곳곳에서 또 다른 '타이거 마스크'들이 나타났다.
    지난 1일 밤에는 가나가와(神奈川)현 오다와라(小田原)시의 아동상담소 정면 현관에서 초등학생용 책가방 6개가 발견됐다.
    7일에는 나가노(長野)현 나가노시 중앙아동상담소에 책가방 6개가 택배로 배달됐다.
    또 같은 날 오후에는 오키나와 난죠시(南城市)의 한 아동상담소에 책가방 3개가 ‘다테 나오토’라는 이름으로 배달되기도 했다. 난죠시의 ‘다테 나오토’는 가방이 발견되기 한 시간 전에 이 상담소에 전화를 걸어 “초등학교 1학년생이 몇 명이냐”고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물어보기도 했다.

    일본의 한 언론인은 “간 나오토 총리보다 ‘다테 나오토’인가?”라고 탄식하며 “작은 일인지 모르지만, 불황으로 함겨운 세밑에, 국민들 모두에게 따뜻함을 주는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인지 알고 싶지만 ‘타이거 마스크’라는 이름에서 아마 그 만화를 보고 자랐을 연배의 사람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소년시절 읽은 ‘타이거 마스크’의 감동을 어른이 되어도 잊지 않고 실천하는 것은 고맙고 훌륭한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