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괴롭힘 못 견딘 在日 인도인 학생, 끝내 투신자살‘쉬쉬’ 하던 학교, 참극 3년 지나서야 괴롭힘 인정...사죄
  • 마땅한 사죄에 3년이 걸렸다.
    사죄를 받아야 할 이는, 그리고 흔쾌히 용서했을 이는 천국에 가있다.
    그리고 그를 보고 싶다며 소중한 삶을 포기했던 아버지도 그와 같이 천국에 있다.

  • ▲ 지난 10월, 사건 재조사 의지를 밝힌 대학 기자회견 모습.ⓒJP뉴스 캡처
    ▲ 지난 10월, 사건 재조사 의지를 밝힌 대학 기자회견 모습.ⓒJP뉴스 캡처

    지난 연말 일본 오사카 이바라키시에 있는 오테몬가쿠인대학(追手門学院大学).
    오치아이 마사유키 학장은 "지난 2008년 사고 당시 집단 괴롭힘 유무를 조사하지 않은 것은 희생자의 유족에게 정말 죄송한 일"이라고 사과를 했다. 또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 처분을 약속했다.
    그는 이어 "피해 학생의 자살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사죄했다.

    2008년 이 대학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해 이 대학에 다니던 한 재일 인도인 남학생(당시 20세)이 8층 자택에서 허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꽃같이 젊은 나이의 그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학교에서 당하는 집단 괴롭힘으로 저는 이제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저에게는 있을 곳이 없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숨진 학생은 병을 앓고 있던 아버지를 대신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집안의 기둥 역할을 해왔다. 인도 요리점을 경영하며 한때 풍족한 생활을 누렸던 그지만 아버지가 병으로 쓰러지자 가계는 급속히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버지의 인도 요리점을 이어 가겠다'는 꿈을 안고 대학에 입학한 그는 과에서 1, 2등을 달릴 정도로 우수한 학생이었다. 자살 전날에는 학내 장학생으로 추천되기도 했지만, 그는 결국 기쁜 소식을 접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증언에 따르면, 숨진 학생을 따돌린 학생들은 사람들 앞에서 그의 바지를 벗기거나, 불꽃놀이 폭죽을 얼굴을 향해 겨누는 등 악질적인 장난을 거듭한 것으로 드러났다. 별명을 이슬람 테러집단 지도자 '빈 라덴'이라고 붙이기도 했다.
    "너를 괴롭히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다" "너를 보고 있으면 괴롭히고 싶어진다" 등의 폭언을 일삼기도 했다고 한다.
    숨진 학생은 "그들이 나에게 이것저것 심부름을 시킨다"라며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또 자살 이틀 전에는 친구에게 휴대전화 문자로 "매일 학교에 갈 때마다 상처를 받는다" "학교에 가는 것이 즐거워졌으면 좋겠다"며 고민을 털어놨던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비극은 연이어 다가왔다. 사건 발생 1년 후, 자택에서 요양 중이던 아버지도 "아들을 만나러 간다"는 유서를 남기고 아들이 뛰어내린 장소에서 같은 방식으로 생을 마감했다.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을 졸지에 잃은 어머니는 일본 산케이신문에 "떠나버린 아들과 남편은 돌아오지 않겠지만, 대학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철저하게 조사해줬으면 한다"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대학 측은 비극적인 사건이 화제가 되자 은폐를 시도했다. 대학 측은 유족의 조사와 원인 규명 요청에 "조사 대상인 학생의 부모로부터 불평이 나오고 있다" 등을 이유로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자살사건 발생 반년 후 상담한 변호사로부터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라고 재차 권유를 받았지만 "대학과 초-중고교 집단 괴롭힘 사건은 다르다" "다른 변호사는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등을 이유로 방치했다.
    지난해 2월에는 유족에게 위로금으로 30만엔을 건네며 '서로에게 아무런 채권・채무관계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합의서 서명을 강요한 사실도 밝혀졌다.

    유족과 피해자의 친구 등으로 구성된 '자살사건 원인 규명을 요구하는 모임'이 결성돼 기자회견을 여는 등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대학은 뒤늦게 사건 발생 3년이 지난 지난해 10월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등으로 구성된 '제삼자 위원회'를 설치해 자체적으로 사건을 조사했다. 그리고 지난 연말 비로소 3년 늦은 사죄를 하게 된 것이다.

    JP뉴스는 집단 괴롭힘으로 아들과 남편을 잃은 피해 학생 어머니가 학교 측의 사죄 발표 뒤 "좀 더 빨리 조사했다면 남편도 아들의 뒤를 따라 자살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산케이신문을 인용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