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예산안 의결…불법 논란오세훈 시장 역점 사업 전면 중지 위기
  •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서울시의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의결하면서 그동안 서울시가 추진 중인 각종 사업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특히 토목ㆍ전시성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돼 오세훈 시장의 역점 사업인 서해뱃길, 한강예술섬 사업 등이 표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서울시는 "시의회가 일방적으로 의결한 예산에 동의할 수 없다"며 무효 소송까지 내겠다는 방침이며 무상급식 예산 등에 대해서는 "집행 자체를 하지 않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사상 첫 여소야대 구도 속에서 이어진 서울시와 시의회의 충돌이 해를 넘겨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일방적 예산 의결, 불법 논란

    시의회 민주당은 이날 새벽 본회의를 열고 무상급식 예산 695억원 등 복지 예산은 늘리고 서해뱃길 752억원과 한강예술섬 406억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마케팅 31억원 등 토목ㆍ전시성 예산을 삭감한 내용의 예산안을 처리했다.

    서울시가 무상급식 예산 증액 등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민주당은 상임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심의된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시의회가 의결한 예산대로라면 서울시는 서해뱃길과 한강예술섬 등 역점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거꾸로 무상급식 등 그간 반대해온 사업들을 시행해야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시장의 집행권을 강조하며 무상급식 등 민주당 의원들이 신설하거나 또는 증액한 예산 집행을 거부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가 집행을 거부하면 시의회는 당초 내년에 교육청이 초등학교 3개 학년,서울시가 2개 학년, 자치구가 1개 학년을 맡는 구상을 실현하지 못하고 자치구에 따라 3~4개 학년에 대해서만 무상급식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시의회는 승인된 예산대로 집행하라고 서울시를 압박하고 서울시는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간 공방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관계 개선 여지 없다. "갈때까지 가보자"

    서울시와 시의회의 관계는 이미 출범 전부터 삐걱대기 시작해 더욱 악화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개선될 여지가 거의 없어 보인다.

    6ㆍ2 지방선거에서 시의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측은 임기 시작 전부터 서해뱃길 사업과 관련된 양화대교 상판 철거공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서울시의 주요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시의회 사무처장 인사와 시 산하 기관장에 대한 인사 청문회 요구, 조직개편안이 담긴 행정기구 설치조례 부결, 시장 비서실과 정무부시장실 등에 행정사무감사 적용 등으로 양측간 앙금이 쌓였다.

    이후 지난 8월 시의회가 서울광장에서 집회ㆍ시위를 허용하는 내용의 서울광장 조례를 통과시키고 서울시가 재의 요구로 맞서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양측의 관계는 지난 9월 무상급식 등 교육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협의회를 꾸리면서 대화로 풀리는가 싶었으나 예산안을 다루는 과정에 또 다시 악화됐다.

    무상급식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지난달 서울시가 무상급식 계획이 반영되지 않은 예산안을 제출하자 시의회는 이달 1일 내년부터 시내 초교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내용의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을 통과시키는 것으로 맞섰다.

    이에 대해 오세훈 시장은 시정질문과 예산심의 등을 포함한 시정협의 중단을 선언하면서 시의회가 파행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예산안 심의가 지연돼 사상 처음으로 준예산이 적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그런 와중에 지난 25일 오 시장과 시의회측이 전격 회동해 대화를 재개하기로 하고 28일 실무 협상을 하면서 양측이 정치력을 발휘해 원만하게 타결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싹트기도 했다.

    그러나 양측은 '마라톤 실무협상'에서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결렬을 선언했고 민주당은 곧바로 다음날 예산안 처리를 강행했다.

    이날 시의회의 예산 의결로 서울시가 내년에 준예산으로 운영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서울시와 시의회가 언제 건강한 견제 관계를 형성할지는 오리무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