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랑이로 상징되는 경인년 새해 첫날을 맞이한 것이 어제 일만 같은데 2010년도 이제 다 저물어가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어려서는 기다리는 소풍날이 하도 더디 와서 짜증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80이 넘은 오늘은 새삼 세월이 쏜살같이 빠르다는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저물어가는 경인년은 북의 북새질에 마음 편한 날이 없었습니다. 천안함을 김정일의 잠수정에서 발사한 어뢰가 격침시켜 마흔 여섯 명의 용사들이 꽃다운 청춘을 바다에 묻었습니다.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더욱 가슴 아팠던 일은 그것이 결코 북의 인민군의 소행이 아니라고 뻔한 사실을 은폐하려는 가증한 자들이 대한민국 땅에 적지 않다는 슬픈 현실이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쟁 기념관으로 천안함 사태에 관한 민간인·군인의 최종 합동 보고서를 들고 가서,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결코 전쟁을 피하지도 않겠습니다”라는 단호한 결심을 당당하게 밝혔을 때 우리는 모두 큰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단호하던 자세가 흔들리는 듯 하였을 때 우리는 모두 걱정스러워하기도 하였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북이 연평도를 무차별 포격한 뒤에는 대한민국의 적은 누구이고 주적은 누구인가 하는 것이 뚜렷해졌습니다. 중국의 국가 주석과 수석이 보냈다는 특사를 청와대에서 접견하는 대통령의 근엄한 표정과 태도와 발언에서 국민은 또 한 번 자신감을 되찾았습니다. “중국은 북한이 이런 만행을 다시 저지르지 않도록 막아야 할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내용의 훈계를 한 마디 던지면서, “이런 때에 6자 회담 재개가 웬 말입니까”하며 그 중국 특사에게 대들었을 때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2010년을 보내면서 어느 한국인인들 11월에 열렸던 ‘G20 서울 정상회담’을 떠올리지 않겠습니까. 전 세계의 이목이 대한민국 서울에 집중되었던 그 날들 - 죽는 날까지 잊을 수없는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대한민국에 태어나 대한민국의 국민인 사실에 무한한 긍지를 느낄 수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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