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에서 계속 이 글을 올립니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100년 전이나 50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직도 인도네시아의 오지나 아마존 강 유역에는 평균 수명이 40 안팎이라고 하지만 문명한 나라에서는 80을 넘게 산다는 것은 상식의 일부가 된 듯 합니다.

    옛날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회갑을 맞으면 장수한 것이고, 아들·딸·친척·친지들은 회갑 잔치를 크게 벌였으니, 60이면 어쩔 수 없는 노인으로 간주되었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습니다. 회갑에 손님을 청하는 사람이 전혀 없을 정도입니다. “70 사는 사람은 옛부터 드물다"고 했지만 70을 넘겨 사는 사람은 우리 주변에도 수두룩합니다. 이젠 80이나 돼야 겨우 노인 대접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함께 늙어갑시다. 가장 좋은 것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Grow old along with me; the best is yet to be)라고 영국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이 노래한 바 있습니다. 그런 소망과 기대가 확실하게 느껴지는 사람에게는 노년이 조금도 겁날 것이 없지만, 돈 없고 일 없고, 친구 없고, 건강 없는 모든 인간의 노년이 비참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 아닙니까.

    장수가 모든 인간의 한결같은 소망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더 살면 만족할 수 있겠습니까. 100세까지만 살 수 있으면 되겠습니까. 그것도 ‘무병장수백세’? 그러나 인체를 두고 의학계에서, “앞으로 120세까지는 살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현재 한국의 인구를 5000만으로 잡더라고 100세를 넘겨 오늘 살아 있는 이들이 내 짐작에 1만분의 1도 안 될 것 같습니다. 내 주변에는 100세 넘은 노인이 꼭 한분 계신데 노인 병원에 누워 계신지 오랩니다. 아직은 ‘건강 백세’가 부질없는 꿈인 것을 분명하게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하루를 더 살아도 값있고 보람 있는 멋있는 하루가 되기만 하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나는 믿습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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