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 행정실) 고위관계자가 영국 경찰에 체포된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운영자 줄리언 어샌지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하자는 제안을 해 모스크바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일부 언론매체들은 8일 러시아 비정부기구들이 어샌지를 노벨상 후보로 추천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크렘린 고위 관계자가 말했다고 보도했다.

    러-유럽연합(EU) 정상회담 참가를 위해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 중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수행해 브뤼셀에 머물고 있던 크렘린 관계자는 "노벨상 추천이 현 상황에서 어샌지를 돕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그러면서 크렘린 관계자가 어샌지를 정확히 어떤 분야 노벨상 후보로 추천해야 할지를 명확히 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과학 분야에 업적이 없는 이상 평화상 후보를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진지하게 해석했다.

    이후 크렘린 관계자의 발언이 인터넷을 타고 번지면서 현지 언론에선 이 발언을 한 크렘린 관계자가 누군지,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언론들은 브뤼셀에 가있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공보실장 나탈리야 티마코바 또는 외교담당 보좌관(외교 수석) 세르게이 프리호디코가 발언의 주인공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어샌지의 노벨상 후보 추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받은 비정부기구들은 크렘린 관계자의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일제히 논평을 발표했다.

    인권단체 '메모리알' 대표 올렉 오를로프는 "대통령 행정실 직원이 어떻게 진심으로 이런 말을 했는지 믿을 수 없다"며 "만일 어샌지가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비밀문서를 공개하기 시작한 뒤에도 그가 같은 말을 할지 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정부기구 '인권을 위하여'의 대표 레프 포노마료프는 "위키리크스가 비밀문서 공개를 통해 누구보다 미국의 권위에 손상을 많이 입혔기 때문에 크렘린이 아마 미국을 더 골탕먹이자는 생각으로 이런 제안을 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다른 인권단체들도 크렘린 관계자의 발언에 황당하다는 반응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파문이 커지자 티마코바 크렘린궁 공보실장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는 현지 일간지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에 "노벨상 발언은 크렘린 관리의 농담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벨상 발언을 둘러싼 네티즌들의 찬반 여론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