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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국립대에서 6일 교수 5명이 제자 연구원들의 인건비를 상습적으로 착복하다 무더기로 경찰에 입건된 사건을 계기로 대학내 교수-제자간 전 근대적인 관계의 청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정부기관이 발주한 연구과제의 경우 수행 프로젝트를 딴 교수가 연구 및 업무 전반에 대한 전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연구원의 인건비는 교수님의 것'이란 도식이 관행처럼 굳어져 왔다.
이번에 부산경찰에 적발된 이 대학의 공대 교수는 40여명선.
이 가운데 정부기관이 발주한 연구과제를 수행한 교수는 25명에 달했는데 이 중 6명(5명 입건, 1명 수사중)이 연구원의 인건비를 착복한 혐의를 받고 있을 정도로 제자 연구원의 인건비 착복행위는 만연돼 있다.
이번 수사를 담당한 부산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수사 초기 대부분의 교수들은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수사까지 받아야 하나'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수사결과 교수들은 제자 연구원들의 인건비 지급계좌 통장과 현금카드, 심지어 비밀번호까지 미리 받아놓고선 인건비가 지급되면 자기 것처럼 아무때나 빼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번 수사에서 돈을 인출해 회식 등 공용으로 사용한 것은 빼고 순수 개인 용도로 사용한 금액만 혐의를 잡았는데도 수사초기 2천여만원을 반납한 교수 1명을 제외하고 착복한 돈이 최저 3천700여만원에서 최고 7천400여만원에 달했다.
교수들이 인건비를 가로채면서 연구원들은 늘 생활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연구원들의 월급은 박사급 월 150만원, 석사급 100만원, 학사급 50만원에 불과했지만 교수들은 월급의 30∼50%를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원들은 교수들이 자신들의 인건비를 빼돌리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이는 향후 있을 학위 통과, 취업 등의 문제 때문에 교수로부터 신분상 불이익을 받을까봐 어느 곳에도 하소연을 하지 못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교수들은 또 과제수행에 대한 감시.감독이 허술한 점을 노려 연구보조원을 허위로 등재해 인건비를 빼먹은 것으로도 드러났다.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한 교수는 자신의 아들을 연구원으로 허위로 올려놓고 인건비를 받아 챙길 정도로 교수들의 윤리의식이 땅에 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내에 수년간 이어져 온 제자의 인건비 빼먹기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학내 구성원들의 의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연구과제 발주처에서 심사를 강화하고 과제 수행이후에도 사후감사를 하는 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
부산경찰청 원창학 수사2계장은 "인건비 착복비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교수들이 '연구원의 인건비는 마음대로 쓸 수 있다'라는 잘못된 인식부터 바꾸고 감시.감독을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부산=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