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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명품브랜드 루이비통이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 신라면세점에 입점 계약을 체결했다. 명품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전 세계 어느 공항에도 매장을 열지 않겠다는 루이비통이 세계 최초로 인천공항에 둥지를 틀기로 한 것. 그러나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명품’ 브랜드를 끌어들이기 위해 갖가지 특혜를 제공했다는 비판과 공항 이용객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시설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안 그래도 붐비는데”…안전사고 위험 곳곳에
루이비통 매장은 인천공항 면세점의 브랜드 매장으로는 가장 큰 규모인 500~600㎡(135~180평)로 들어서게 된다. 여기에 기존 신라면세점의 공간을 활용하는 것은 약 115㎡(35평)뿐. 나머지는 고객 편의시설인 서점과 카페, 탑승 대기승객 휴식공간 200석 이상을 철거하고 들어서게 된다. 넓어지는 매장 면적만큼 고객 편의시설을 희생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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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 총 180여평 규모로 들어서게 될 루이비통 매장 ⓒ 그래픽 이소미
호텔신라와 인천공항은 현재 서점 및 탑승객 쉼터 등으로 활용되고 있는 면세점 중앙 공간인 27~28번 게이트 부근을 루이비통 매장으로 내줄 계획이다. 특히 이 지역은 공항 내 중심지역으로 무인전철과 여객터미널을 연결하는 주요 통로가 만나 승객들로 평소에도 북적인다. 이곳에 180평의 루이비통 매장이 들어선다면 매장 방문객과 일반 공항 승객들의 불편은 자명하다.
루이비통은 고객 편의를 위해 매장 직원당 응대 고객 수를 1~2명으로 제한한다. 이 때문에 국내 면세점에도 인기가 높은 루이비통 앞에는 길게 늘어선 쇼핑객 수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인천공항 중심부에서도 재현된다면 승객들과 매장 고객들이 뒤엉켜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
공항 승객의 경우, 핸디캐리어나 쇼핑카트를 끌고 다니는 경우가 많아 백화점 등 일반 매장과는 달리 줄도 몇배로 늘어나게 된다. 이 때 루이비통 매장으로 사람들이 몰린다면 압사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며 매장 뒤에 위치한 에스컬레이터로 사람이 떠밀리는 대형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명품 브랜드업계, “임차료 달라…명백한 특혜”
명품 업계에서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인천공항이 루이비통 입점을 위해 특혜를 줬다며 형평성 논란이 수면위로 올라왔다.
루이비통이 공항에 내는 임차료는 전체 매출의 10% 정도로 알려졌다. 다른 명품 브랜드의 경우 보통 40%를 내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즉, 루이비통이 인천공항에서 벌어들이는 금액의 90%는 다시 프랑스로 들어가게 돼 외화획득에도 크게 기여한다고 볼 수 없다.
임차기간도 보통 5년으로 계약을 맺는데 반해 10년이나 돼 적어도 10년 간 루이비통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브랜드와 비교해 형평성 부문에서도 큰 문제가 있다”면서 “반발이 없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이어 “신라면세점은 기존 인천공항의 2100평에 달하는 매장을 그대로 두고 공공시설인 탑승객 휴게공간을 희생하면서까지 중심부에 매장을 제안했다”면서 “루이비통을 위한 공항이 돼 버렸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일각에서 인천공항과 신라면세점이 유독 루이비통에 이 같은 특혜를 부여한데 따른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무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 측은 “입점 위치에 관해서는 호텔 신라가 일정 공간을 임대해준 것”이라며 “편의시설을 허문다는 표현보다는 루이비통 유치로 허브공항 지향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데 의미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천공항이 세계적인 허브공항이 되려면 최종승객이 아닌 환승여객이 많아야 하는데 일본‧중국 승객이 미국을 경유할 때 명품 쇼핑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명품’ 매장 상륙…‘명품’ 공항은?
루이비통의 인천공항 상륙 소식이 알려진 다음날인 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은 5년 연속 세계적인 여행 전문지인 글로벌트래블러가 선정한 ‘세계 최고 공항’에 꼽혔다.
그러나 인천공항이 언제까지 세계 최고 자리를 수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승객의 편의시설을 없애고 통행에 불편함까지 안겨주는 위험천만한 공항에서 여행객들이 편안함을 느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공항의 피크 시간대는 1만명의 승객들이 한꺼번에 공항을 이용한다. 이 때 루이비통 매장으로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린다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며 매장 뒤에 위치한 에스컬레이터로 인해 아찔한 사고가 일어날 우려도 있다.
또한 공공재적 성격이 짙은 공항에 지나친 상업화와 특혜시비는 인천공항의 명성을 훼손시키기 충분하다. 인천공항 루이비통 매장은 내년 하반기 오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