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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 공개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이 10년째 대테러 전쟁을 벌이는 아프가니스탄의 부패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국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은 2일(현지시각)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을 토대로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서방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으며 대통령에서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지도층의 부패와 비리가 만연해 있다고 전했다.
◇서방의 신뢰 잃은 카르자이 = 나약하고 우유부단하고, 편집증적이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범죄자들에게 의지하는 인물.
가디언이 전한 서방 외교관들의 카르자이 대통령에 대한 평가다. 이처럼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외교전문들은 서방 국가의 신뢰를 상실한 카르자이 대통령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카르자이 대통령에 대한 미국 등 서방 측의 불만은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이런 평가가 외교전문을 통해 확인됨으로써 양측 관계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이며, 이번 사태가 양측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대테러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오만 외무부장관은 그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고 한 영국 외교관은 영국은 그에게 "깊은 좌절감"을 느낀다고 밝혔으며 한 호주 관리는 카르자이 대통령이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아랍에미리트의 한 외교관은 아프간에는 그가 없는 게 낫다고까지 했고 나토 사무총장은 그가 이중인격자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외교전문에 드러난 카르자이 대통령에 대한 이 같은 평가는 그가 서방이 임명한 열의에 찬 지도자에서 우방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때로는 분노하게 하는 궁지에 몰린 정치가로 변해온 과정을 잘 보여준다.
가디언과 NYT는 카르자이가 취임 초기에는 미국의 대테러전 정책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일상생활에서 추수감사절 같은 미국 풍습을 챙길 정도로 친미성향을 보였으나 점차 미국에 대한 의혹을 키우면서 사사건건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칼 에이켄베리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는 한 전문에서 미국이 대테러전을 위해 아프간을 약화시키고 이란과 협력해 자신의 정적들을 돕고 있다는 카르자이의 발언을 지적하며 그가 아프간 문제의 책임을 미국과 서방에 돌리는 행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프간 부패 뿌리는 정부 고위층 =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에는 또 10년에 걸친 대테러 전쟁으로 국민이 고통받는 가운데 개인적 잇속을 챙기기 위해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정치가들의 모습이 가감 없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부패와 비리의 주인공은 대통령과 부통령, 그들의 가족, 국회의원, 군벌 등 아프간 고위층을 망라하고 있다.
2009년 카불 주재 미국 관리가 보낸 전문은 카르자이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위험한 인물들을 잡아 놓고도 재판도 없이 전쟁터로 되돌려 보냈다"며 문제는 최고위층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카르자이 대통령의 이복동생 아메드 왈리 카르자이(AWK)는 아프간 부패의 대명사처럼 사용된다.
칸다하르주의 실력자로 탈레반 정권 붕괴 후 주의회 의장 등을 역임했고 유력한 사업가이기도 한 그는 아프간 정부의 부패 척결을 요구해온 미국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아이켄베리 대사는 "AWK와의 만남은 부패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우리가 아프간에서 직면한 도전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폭로에서는 또 2009년 아메드 지아 마수드 당시 제1 부통령이 5천200만 달러의 현금을 가지고 아랍에미리트 공항으로 입국하려다가 발각돼 조사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5천200만 달러는 정적들이 나를 모함하려고 꾸며낸 얘기다"라며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이 사건은 아프간의 권력층 비리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또 카불 주재 미국대사관 전문에 따르면 카르자이 대통령 측근 등 아프간 정치인은 물론 종교지도자들까지 이란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돈을 받고 있고, 이란은 탈레반 훈련까지 재정 지원을 하면서 아프간 내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